| 군터 라인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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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통 문화에 심취해 있는 하이코 슈미트 삼성네트웍스 인사기획팀 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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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혼례를 올린 커트 올슨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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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한국의 멋에 반하고 정에 빠진 외국인들
군터 라인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
한국 전통 문화에 심취해 있는 하이코 슈미트 삼성네트웍스 인사기획팀 과장
전통 혼례를 올린 커트 올슨 부부
『 독일인 베른하르트 크반트 씨는 1978년 종교 행사차 한국을 방문했다. 처음엔 6개월만 머무르다 갈 생각이었으나 한국의 매력에 끌려 정착하게 됐으며 86년에는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귀화하면서 독일 이씨'의 시조가 돼 대한민국을 돕는다는 의미로 나라 '한', 도울 '우'를 써 '이한우'라는 이름을 쓰다 지난 2001년에는 '참된 한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참'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귀화해 이름까지 바꾸면서 한국 사회에 동화되고 싶어했던 한국인으로 산 지 23년만에 귀화 외국인 최초로 공기업 대표 자리에 올랐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오른 이 참(55) 씨 얘기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유서가 깊고 전통의 깊은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한국의 미를 사랑하고 있으며 자신의 애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다면 그들도 한국의 매력에 충분히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랜 세월 단일민족을 유지해온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는 한반도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한 서양인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귀화한 외국인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 전이다. 최초의 귀화자는 정묘호란 직후인 인조 5년(1627년) 제주도에 표착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의 얀 얀스 벨테브레이(J. J. Weltevree)다. 화포 제작 기술을 갖고 있어 훈련도감에 소속돼 화포를 개량하던 일을 하던 그는 박연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했으며 조선 여인과 혼인해 1남 1녀까지 두었다.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이르렀을 때 파견돼 그들의 통역을 담당하고 한양으로 호송하고 조선의 풍속을 가르쳐 주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시작된 귀화 역사는 86년 이 참 씨가 귀화할 당시만 해도 325번째 귀화인이었으나 그로부터 2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6만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법무부가 집계한 국내 체류 외국인수도 지난 3월말 현재 116만명에 이른다. 최근 몇 년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급속히 늘어나 거리에서 외국 사람을 마주치거나 외국인 친구 한 명쯤 갖고 있는 것은 이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 됐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은 능숙하게 한국말로 의사 소통을 하고 한국 전통 문화의 멋을 알고 보존할 줄도 안다. 어떤 이는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해 한옥에 살면서 전통 혼례로 결혼식을 치르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 알리기'의 선봉에 선다. 이들은 "한국인의 따뜻한 정(情)이 좋아서, 정이 넘치는 한국 사회가 좋아서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고백한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한국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주체할수 없어 한국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유별난 한국 사랑 이야기, '러브스토리 인 코리아'를 들어봤다. 』
● 잠자리는 온돌 취미는 사물놀이 심심할땐 '개콘' 시청
전통혼례 올리고 한옥 거주… "김치 없으면 밥 못먹어요"
국문학 번역·관광홍보 등 '한국 알림이' 역할 자처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인이 길이라도 물어보면 괜히 어색해지고 어쩌다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의 모습에 놀라워 했다. 하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지하철에서는 영어는 물론 일본어와 중국어로 안내 방송이 나올 정도로 우리도 이제는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심지어 요즘엔 한국인 못지 않게 한국어를 잘 하고 한국 전통 문화를 사랑하며 심지어 김치 없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외국인까지 늘면서 다문화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 한국 전통 문화에 흠뻑 빠지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가락을 들으면 지금도 온 몸에서 전율이 흐르는 이가 있다. 10년 넘게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해외 공연 매니저 역할을 했던 수잔나 삼탁 오(51) 대성그룹 상임고문이 그렇다. 명함에도 한국식으로 성을 앞에 넣은 오 수잔나라는 이름을 새겨 넣어 그의 '한국화'에 놀라게 된다. 지난 80년 미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들어온 그는 우연히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본후 무작정 사물놀이패 사무실로 출근했다.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레슨이 아예 없던 당시 그는 공연을 따라다니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대신 어깨 너머로 사물놀이를 배웠다. 그러다가 해외에도 사물놀이가 알려지자 해외 공연 매니저로 발벗고 뛰면서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오 수잔나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오 고문은 "뉴욕에서 공연했을 때 뉴욕타임스의 유명 음악평론가가 가락 구조가 세련되고 난이도가 높으며 연주자 실력이 뛰어나 재즈에 비견할만하다고 극찬하면서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됐다"며 "우리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남매를 둔 오 고문은 "첫째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들은 5학년인데 일찍부터 민요와 장구, 가야금을 배워서 이제는 나보다 잘 한다"며 "판소리를 유달리 좋아하는 큰 아이는 내년에 전통예술중학교를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부터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권유로 대성그룹에서 회장 보좌역으로 고문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청소년의 사회성 함양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 게임스포체인지(Games for Change)의 한국내 사단법인화 작업도 맡고 있다.
한국에 산 지 12년 된 군터 라인케(58)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전통문화 애호가다. 그에게 한국 문화는 취미가 아닌 생활 그 자체. 한광호 명예회장이 수집한 고미술품을 보면서 한국 전통문화에 반했다는 그는 한국적인 선과 색채가 묻어나는 전통 연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서울시가 제정한 '서울시 전통예술인상'을 후원하면서부터 전통 문화 보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연날리기 장인 노유상씨와의 인연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해외 출장을 나갈 때면 늘 전통 연을 챙기는 것은 물론 노 씨로부터 직접 연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라인케 사장은 "한국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가 눈부신 경제성장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을 한국의 젊은이들이 깨닫고 이를 보존하고 계승하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트 올슨(55) ING생명 사장도 한국 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한국에 부임, 성북동 한옥에 살고 있는 그는 직접 발품을 팔면서 수집한 한국의 고가구들로 집을 꾸미는 취미도 생겼다. 올슨 사장은 지난 6월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전통 혼례도 올렸다. 1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원거리 연애를 했던 아일린 테일러(39)와 미국 마이애미에서 결혼식을 올린 후 한국에서 결혼 기념 파티를 준비하다 전통 혼례에 대해 알게돼 한국식 혼례를 올린 것이다. 아내인 테일러 씨는 평생 서로를 바라본다는 의미로 기러기를 건네주는 의식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 한국을 배우고 가르치는 외국인
같이 모여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 사랑을 실천하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는 외국인들이 있다. 한외모(한국어를 사랑하는 외국인의 모임) 회장인 네팔인 검비르 만 쉬레스터(33) 씨는 "네팔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 '김치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한국인들을 알게 돼 그 인연으로 지난 2001년 한국에 왔다"고 소개했다. 홍익대 앞에서 네팔 음식 전문점 예띠(네팔어로 눈사람이라는 뜻)를 운영, 이 곳에서 한외모 모임을 시작한 그는 "어학당에서 한글을 배우고 한국의 대학에 진학해 한국 역사를 전공으로 선택해 한국사도 배웠다"며 "한글을 배우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2005년 10월 9일 한글날 한외모를 출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월 한 차례씩 정기모임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외모를 거쳐간 외국인만 300여명, 현재는 100여명의 회원이 모임을 이어간다.
독일인 크리스티안 쉰들러(39) 루프트한자 한국 지사장은 한국으로 부임이 결정된 지난 해 가을 곧바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이 일하게 될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 실력이 조금씩 늘어 요즘은 띄엄띄엄이지만 표지판을 읽으며 목적지를 향해 길을 찾아가기도 한다. 휴일에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한국어로 말을 건네 보기도 하고 명함을 받을 때 한글로 적혀있는 이름을 읽어보기도 한다는 그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며 "한국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구조가 매우 논리적이며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언어라고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W서울 워커힐 총주방장으로 영입된 아일랜드 출신의 키아란 히키(43) 셰프는 세계 각지에서 일하던 중 한국의 매력에 빠져 W 서울의 러브콜을 흔쾌히 수락한 경우. 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습을 받는 것은 물론 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준 선생님을 수 차례 저녁 식사에 초대, 온 가족이 함께 한국어를 배우는 기회를 마련하곤 했다. 가족과 함께 틈틈히 한국의 영화, 뮤지컬, 연극 등을 관람하며 문화를 익히는가 하면 경주, 제주 등 한국 각지를 여행다닌다.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셰프들에게도 한국 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졸라 오래된 명곡이나 가곡은 물론 최신 가요도 줄줄 꿸 정도로 한국가요광이라고 한다. 히키 씨는 "오는 9월 태어날 예정인 셋째 아들에게 영어와 한국 발음이 동시에 나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고민중이며 태명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따서 '만두'로 부른다"며 웃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러시안 모던댄스 토데스 단원인 블라디미르 샤프킨(26) 씨는 한국 무용에 푹 빠져 있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춤을 배우고 익혀 역동적인 댄스를 구사해 왔던 그는 유연히 전통 공연을 본 후 한국 무용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한국 무용 중에서도 상모 돌리기, 북 치기 등에 매력을 느끼고 한국 무용 감독에게 별도 지도를 부탁해 현재 한국의 무용을 배우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셈 베르메르슈(41) 씨는 서울대에서 한국 불교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 안휘성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하던 중 우연치 않게 근처 불교 사찰에서 모시는 지장보살이 신라에서 온 스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벨기에로 돌아간 후 한국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해 지난 92년 여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종교철학과를 다니면서 한국 불교와 종교를 공부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을 깊게 잇는 또 한번의 기회를 만난다. 영국 런던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중 패션 공부하러 온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것이다. 결혼 후 지난 2003년 입국해 계명대 초빙교수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겸 국제한국학센터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셈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처음에는 낯선 외국인에게 경계심을 갖고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지만 어느 정도 한국말을 할 줄 알면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주고 깊은 정을 나눠준다"고 말했다.
■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들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배우고,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럴수록 한국과 서울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선 외국인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브러더 안토니(67) 서강대 명예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80년 한국에 온 후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가 됐고 94년 한국으로 귀화해 안선재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정년 퇴임했지만 서강대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강의하면서 한국 문학 번역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고은 시인의 만인보 6권을 비롯해 소설 '화엄경', 김영랑 전집 등 국내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대한민국문학상 번역상(91년)과 대산문학상 번역상(95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에 유학갔다가 우연히 들른 한국에 매료돼 고국에서 한국어 교수로 일하고 있는 마틴 프로스트(58) 파리7대학 교수는 "정돈된 느낌이 강한 일본에 비해 다소 거칠지만 인심이 후한 한국 사람의 정에 푹 빠져 전공인 동양언어학 중 특히 한국어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프랑스에서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학술 연구차 한국을 자주 찾는데 올 1월부터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펠로로 와서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한국 문화'를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이 한국인인 그는 26살 아들 이준과 24살 딸 이연 모두 한국식 이름을 지어주었다.
서울관광마케팅 컨벤션뷰로의 모린 오클로리(51) 팀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직접 여행사를 운영하고 여행 관련 국제기구 및 협회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다 지난 2006년 한국관광공사 LA지사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한국과 인연의 끈을 맺었다. 지난해부터 서울관광마케팅에 합류한 그는 "한국은 내게 있어 열정 그 자체이며 서울을 사랑하기 때문에 서울관광마케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에도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정열적으로 일하는 이들이 있다. 오카와 카즈미(35) 씨는 관광공사 홍보물 제작팀에 소속돼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지도나 가이드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 한국에 교환 학생으로 와서 한국 생활을 경험했다는 오카와 씨는 귀국 후 관광공사 오사카 지점에서 일하다 일본 외무성에서 실시한 해외 파견 프로그램에도 지원, 주한 일본대사관에서도 근무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8월에는 한국인 친구의 소개로 만난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한국 사랑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오카와 씨는 "일본의 경우 각자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한국은 어디를 가든지 가족적인 분위기"라며 "한국인과 결혼까지 한 지금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의 존재가 커져서 '제2의 고향'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라며 한국 사랑을 나타냈다.
■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어요! 한식에 빠진 외국인들
최근 세계적으로 한식 붐이 불면서 한국 음식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크게 늘었다. 특히 김치는 기본이고 곱창이나 산낙지, 부대찌개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은 이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돼 가는 마리콘 바스코 에브론(55) 필리핀 관광청 한국 지사장은 누구를 만나든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곤 한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한국 사람의 '정' 문화와 친절한 배려에 감동을 받은 적이 많다는 그는 특히 한국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바로 각종 나물과 갈비찜. 특히 한국의 나물은 다양한 채소로 요리를 하며 건강까지 고려해 채식을 즐기는 자신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유별난 한국 음식 사랑 때문에 김치 만드는 법을 직접 배우기도 했던 그녀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불고기ㆍ갈비찜ㆍ갈비탕의 요리법을 배워 필리핀에 한국 음식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엔터테인먼트&프로모션 매니저인 마크 쉬어즈(45). 올해로 한국 생활 11년에 접어드는 쉬어즈 매니저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호주보다 한국을 더 편하다"며 "때때로 부모님을 보기 위해 호주로 가 있어도 빨리 돌아오고 싶어 조바심을 낼 정도"라고 말했다. 바쁜 업무 중에 수년간 한국말을 배운 덕에 웬만한 한국말을 알아 듣는 그는 특히 한국 음식의 예찬론자이기도 하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한국 음식에 반했다는 그는 특히 "부대찌개, 조개구이, 떡볶이, 보신탕, 골뱅이, 산낙지 등을 즐겨 먹으며 심지어 햄버거에도 고추장을 넣어 먹는다"고 말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스쿠터를 타고 매 주말 지방 곳곳을 누비는 게 취미인데, 경주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고. 필리핀인 아내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필리핀의 집에는 그의 한국 사랑을 담아 각종 한국 고가구로 채웠는데 아내인 레이 씨도 감자탕과 라볶이를 좋아하는 한국 음식 마니아라고 강조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일식당 기요미즈의 조리장인 사토 히로히토(35) 씨는 17년 경력의 가이세키 요리 전문 조리장. 지난 2007년부터 기요미즈의 조리장으로 영입돼 일본 본토의 맛을 한국에 전하고 있지만 그런 그도 한국의 음식을 극찬한다. 사토 씨가 가장 추천하는 한국 음식은 바로 곱창. 그는 "일본의 곱창은 내장 속을 모두 다 발라내고 굽기 때문에 기름기는 적은 반면 한국의 곱창은 기름기가 많이 남아 있어 고소하고 풍부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일을 하며 한국 음식 맛에 빠져 있다는 그는 삼계탕, 간장게장 등은 일본의 미식가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에서 일해서 행복해요"
최근에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뿐만 아니라 굴지의 대기업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기업에서 좋은 상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한국 동료들과도 친분을 맺으며 직장인으로서 생활하고 있다.
삼성전자 DMC연구소에 근무하는 판구오핑(33) 선임연구원. 중국내 집적회로(IC) 디자인 설계 1위 업체인 중국의 항저우 스란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에서 일했던 그는 지난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웬만한 회의는 한국어로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판구오핑 연구원은 독학으로 한글을 한 달만에 뗀 것으로 사내에서 유명하다. 요즘엔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즐겨 본다는 그는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맥락상 하는 얘기를 듣고 개그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아들 판웬웬이 태어나 기쁨이 커졌다는 그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중국과 많이 비슷해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의 지하 식품 매장에서는 근무하는 다까나시 미오꼬(47) 씨는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지난 2002년부터 이 백화점 풀무원 김치 코너에서 일본인 관광객에게 김치를 판매하고 있는데 근무 초창기에는 매장을 찾는 일본인들이 자신이 일본 사람이란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다까나시 씨는 "처음에 김치 판매를 시작했을 때는 단지 내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에 호기심을 갖는 경우가 많았지만 김치 맛을 충실하게 설명하려고 애쓰자 오히려 신뢰를 갖고 한국 김치를 사는 고객들이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큰 키에 회색 빛이 도는 금발의 독일인 하이코 슈미트(38) 삼성네트웍스 인사기획팀 과장은 인사 전문가로 지난해 삼성네트웍스 가족이 됐다. 직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인사팀에 외국인이 배치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 제고와 글로벌 매너 교육 등을 담당하게 된다. 퍼스트 네임을 따 '하 과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한국인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열정 가득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그래픽=이근길 기자
입력시간 : 2009-08-05 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