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중심국과 항만

발 담그기가 미안할 만큼 맑고 투명한 제주의 쪽빛바다는 곱기가 비할 데 없고 시끌벅적한 어시장의 바다는 싱싱해서 또한 아름답다. 항만의 모습도 내게는 그럴 수 없이 아름다운 바다풍경이다. 커다란 선박들이 오가고 트레일러가 바삐 화물을 실어 나르는 그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행복한 내일을 꿈꾸는 국민들의 피땀어린 결실이 세계를 향해 두둥실 나아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육상의 자연자원이 빈약하여 `수출만이 살길`임을 외치는 우리나라는 수출입화물의 99%이상이 항만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며칠 전 화물연대가 운송을 거부했을 때 이목이 집중된 곳이 도로가 아니라 항만이었던 것도 이곳이 막히면 그 날로 나라경제가 멈춰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만은 필수시설이란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국가생존시설`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국가물류의 심장부인 항만은 한편으로 `돈이 되는` 알짜산업이다. 제3국간 컨테이너 하나를 중간에서 옮겨싣기만 해도 200달러의 수입이 떨어진다. 싱가포르나 네덜란드가 항만산업으로 돈을 벌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일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적인 항만이 되려면 우선 타고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세계 주간선 항로와 접해 있어 항만이 들어서기에 천혜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덕분에 부산항은 세계 3위의 항만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 없이는 대륙별로 한 두개만이 살아남는 중심항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다. 경쟁국가들은 대형 항만시설과 신속한 서비스는 기본이고, 유통ㆍ가공ㆍ금융기능까지 두루 갖춘 종합물류거점으로 항만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 항만은 국제물류의 핵심이 되었다.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동북아 경제중심의 핵심과제가 물류산업이고, 물류의 핵심은 항만이기에 항만에 투자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는 항만에 대한 이해가 적은 것 같다. 홍보가 미흡한 탓도 있지만 도로나 철도보다는 실생활과 거리가 있고 지금껏 별 무리없이 잘 돌아갔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국ㆍ일본과 한바탕 중심항 경쟁을 치러내야 하는 마당에 바쁜 발길을 붙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꿈과 소망을 설계하는 마음으로 항만산업을 챙겨주고 밀어주어야 한다. 화물과 선박이 몰려오는 아름다운 항만의 모습을 통해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는 기분좋은 미래를 다 함께 맞이했으면 한다. <최낙정(해양수산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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