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사흘째 평가절하] 값싼 상품 공세에 저물가 글로벌 확산… '중국발 디플레' 밀려오나

中생산자물가 4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 속
위안화 절하는 교역국에 저물가 수출하는 셈
日 '디플레 탈출'에 찬물… 中관광객도 감소 우려
美경제도 타격… 금리인상 시기 늦어질수도


중국이 사흘 연속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수출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절하로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드 전략가는 "위안화 절하가 전 세계에 '디플레이션 해일'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닥칠 더 크고 불편한 현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이 제기돼왔다. 지난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전월 대비 소폭 오른 1.6%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중국 정부의 정책 목표치 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CPI의 선행지수 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7월 전년 대비 5.4% 하락하며 41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위안화 가치 절하는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모든 교역 상대국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위안화 절하는 다른 아시아 수출국들의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해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추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위안화 절하의 배경이 된 것이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라는 점을 들어 원자재의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의 경기악화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일부 신흥국의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드워드 전략가는 서방 국가들이 금리 인상이 아닌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해일이 미국 연안에 밀어닥치면 기업 순익을 떨어뜨려 결국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미국과 유럽도 중국발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는 "모든 면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시장 충격을 각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계획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값싼 중국 제품 수입이 증가하면서 일본의 물가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나가이 유이치로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떨어지면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효과가 상쇄돼 국내 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중국인 해외여행과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엔화 약세로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 덕에 살아나는 일본 내수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기타오카 도모치카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에 대해 엔화 가치가 1% 오르면 방일 관광객은 0.6% 감소하고 1인당 소비액도 0.8%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진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당장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졌던 영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루고 미국도 9월로 알려진 금리 인상 시점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BNY멜론의 사이먼 데릭은 "만약 디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현재 연준이 주시하는 부분도 인플레이션이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10일 미국의 물가가 너무 낮아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대비 0.3% 상승에 그쳐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테펜 젠 공동창업자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회복을 위해) 통화 강세 부담을 나눠 가졌으나 (이번 평가절하로) 미국이 홀로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며 "이는 미국 기업 이익과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일본은행(BOJ)이 제시한 2% 물가 목표 달성이 요원해졌다며 BOJ가 추가 부양에 나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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