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B형 간염 1차 검사에서 양성이 의심되는 혈액 300팩(1팩은 혈소판 기준 200㎖)을 수혈용으로 공급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 가운데 소재지 불명 등으로 2차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헌혈자 16명으로부터 혈액을 받은 환자 수십명에 대해 감염 여부 조사를 1년여 동안 벌이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23일 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 받은 혈액중 B형 간염 1차 검사에서 양성 기준치를 넘거나 이에 근접해 있어 양성일 가능성이 높은 혈액 300팩이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음성으로 판정돼 수혈용으로 병ㆍ의원에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혈액들은 반드시 2차 검사를 통해 양ㆍ음성을 확진한 뒤 폐기 또는 유통이 결정돼야 한다.
적십자사측은 “이들 혈액에 대해 2차 검사를 실시해야 하나 담당자가 검사에서 나온 수치를 무시하고 혈액검사의 색깔만으로 음성으로 판정했다”며 “자체 감사를 통해 이 직원은 중징계를 받았고, 현재 양성이 의심되는 헌혈자를 대상으로 한 2차 검사에서 B형 간염 양성으로 확진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성의심 혈액 300팩 가운데 16팩은 소재지 불명 등의 이유로 헌혈자에 대한 2차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양ㆍ음성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16팩의 헌혈자를 찾지 못할 경우 수혈자를 검사해 2차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적십자사는 전혀 검사를 하지 않고 있어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수혈자들은 대부분 검사에 응하지 않는 어려움이 있어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계속 문제의 헌혈자를 찾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들이 양성 환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적십자사는 이에 앞서 2일 B, C형 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헌혈부적격자의 음성판정 혈액 2,120팩을 수혈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2차 감염 여부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중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