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농이 영농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지난해 3월 토마토 재배를 위해 시작한 경기도 화성 유리온실 사업을 접은 데 이어 논산 유리온실도 매각하고 기반공사를 하던 새만금 사업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농사를 짓는 데 대한 농민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사업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한 탓이다. 농업판 골목상권 논란에 글로벌 영농이라는 기업의 꿈은 물론 농업선진화의 기회도 날아가버리게 생겼다.
동부한농의 좌절은 대기업 한곳의 실패가 아닌 우리 농업의 후퇴를 의미한다. 농촌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유출과 농촌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활력은 떨어지고 소득구조도 나빠졌다. 도시 근로자가구 대비 농가소득 비율이 2008년 65.2%에서 2012년 57.6%로 악화일로다. 쌀 시장 개방 위협 역시 발등의 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업의 진출이 '떼법'에 막혀 있으니 농업 현대화도 대형화도 제대로 될 리 없다.
정부의 행보도 안타깝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이끌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ㆍ바이오기술(BT) 융합과 전후방산업 육성, 수출확대에 나서겠다고 했다. 기술과 자본력을 가진 기업의 참여 없이 영세한 농민만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동부한농 사태에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농 현대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러고서 어떻게 '희망찬 농업, 활기찬 농촌'을 만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위기에 처한 농촌 경제를 이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 기업의 영농사업이 영세농에게 피해를 줄 게 우려된다면 최소한 양측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사업이나 수출산업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황폐해가는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한다면 오해와 불신도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기업도 웃고 농촌도 살리기 위해 정부는 물론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