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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보수적인 납품관리로 유명한 포드 자동차의 벽을 뚫고 있다.
KOTRA와 포드는 9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미시건주 디어본시 포드 본사 상품개발 빌딩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 33개사를 초청해 글로벌 아웃소싱 상담회인 글로벌 파트너십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포드그룹의 글로벌 구매 총책임자인 하우 타이탱 부사장을 비롯해 버트 요르단 파워트레인 구매 부사장 등 포드의 구매관리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포드가 한국 업체를 위해 상담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북미 등 포드 공장이 있는 전세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타이탱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은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혁신성과 효율성 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강점"이라며 "한국의 1차 벤더는 물론 물론 2차, 3차 벤더와도 깊은 협력 관계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드는 연간 900억달러 규모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들에 제품 설명 기회조차 좀처럼 주지 않아 제너럴모터스(GM) 등 다른 '빅3' 자동차 업체와 달리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여겨져 왔다. 한국타이어 등이 일부 업체들이 부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거의 제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는 게 국내 기업들의 설명이다.
이는 포드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처럼 수직계열화된 부품 공급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 데다 품질 관리 부담을 덜기 위해 2004년 3,300여개이던 1차 부품업체를 2011년까지 1,350개로 줄였고 앞으로 750개로 줄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포드와 인연을 맺어오던 부품업체들도 탈락하는 판에 한국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이 지난 2~3년간 포드 경영층을 꾸준히 설득한 결과 변화를 이끌어냈다. 포드 역시 글로벌 경쟁 격화로 원가 절감이 절실하고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부품업체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게 KOTRA의 설명이다. 포드와 글로벌 파트너십의 첫 단계인 만큼 당초 신청 기업이 130여개에 달했지만 기술력과 품질이 증명된 업체로 엄선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우리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크랭크 샤프트 업체인 현대위스코의 김진일 해외영업팀 부장은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더라도 업계 특성상 실제 포드에 납품을 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면서도 "포드가 한국 문호를 열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크션 박스 업체인 대성전기의 서승일 해외영업 이사도 "일단 포드 고위층이 관심을 표명했기 때문에 앞으로 실무자들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기준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포드의 최종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포드 측 구매 담당자 및 엔지니어와의 일대일 상담 외에도 우리 기업의 신기술과 신소재를 소개할 수 있는 기술 시연회도 개최했다. 특히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내장재용 친환경·경량 천연섬유 복합소재 등이 포드 측의 관심을 끌었다. 최성준 한텍 부사장은 "포드라는 단일 완성차와 상담회인데도 웬만한 자동차 부품 쇼보다 더 많은 구매 담당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