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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에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판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책이 팔려도 판타지 등 장르 소설이 주류다. 이런 세태 속에 순수문학의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 문학계가 지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김주성(55·사진) 소설가는 황순원 작가 탄생 100주년을 맞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 문학계가 황순원 작가의 순수문학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황순원 작가의 단편 11편을 분석해 황순원 소설에 녹아든 한국 재래의 토착정서와 원시적 생명력의 미학을 고찰한 '황순원 소설과 샤머니즘(나남출판)'으로 소나기문학상을 수상한 '황순원 전문가'다.
198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해후'가 당선된 이후 작가 생활을 시작했으며, 1990년 장편 '불울음'으로 제19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황순원 작가가 70년간 쉬지 않고 집필 활동을 한 창작에 대한 열정, 문학사조나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문학세계를 그리고자 한 의지를 현대 문학인들 모두가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김주성 소설가는 "오늘날 순수문학뿐 아니라 이념문학을 포함해 문학 전반이 어찌 보면 저물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봤을 때 황순원 작가의 문학창작의 열정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15년 3월 26일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태어난 황순원은 1934년 첫 시집 '방가(放歌)'로 문학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막바지에 이르러 한글 소설의 발표가 크게 제약됐을때도 황순원 작가는 '기러기', '독 짓는 늙은이', '황노인', '맹산 할머니' 등을 발표하며 소설 창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해방 이후에도 대표작 중 하나인 '소나기'를 비롯해 '산골 아이', '카인의 후예' 등 수많은 작품들을 썼고, 1985년 발표한 산문집 '말과 삶과 자유'를 발표할 때까지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우며 많은 작품을 내놓았다. 황순원 작가는 많은 작품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흔들림 없이 그의 작품 안에 담았다.
김주성 소설가는 "일제 강점기인 30~40년대는 우리 문단에서 사회주의 이념문학, 서구의 문예사조가 유행하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황순원 작가는 우리의 토착 정서를 담아 냈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자이기도 했던 황순원은 70~80년대 원숙한 시기에 이르렀을 때는 샤머니즘적 관점에서 타락한 기독교를 되돌리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결국 생명과 휴머니즘이었다.
그는 순수문학의 입지가 적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순수문학에 희망은 있다고 본다. 김주성 소설가는 "문학의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바뀌면서 여유 있게 생각하며 문학 작품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외형이 바뀌어도 영화 '국제시장', 드라마 '미생' 모두 성공의 기반은 문학성이라며 문학의 DNA는 살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