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SRI) 벤치마크 지수 개편을 추진한다. 현재 국내에 시장성 있는 SRI 지수가 없어 국민연금의 SRI 투자가 SRI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코스피 상위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가 꾸려지고 있는 점을 막기 위해서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SRI 지수 개편을 위해 관련 지수를 제공하는 한국거래소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을 비롯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관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ESG는 지배구조가 바람직하고 환경·사회적으로 공익에 부합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SRI펀드의 투자 대상 물색 때 근거가 된다.
국민연금이 SRI 지수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나선 것은 기존의 SRI 지수가 펀드를 운용할 때 활용도가 떨어지는데다 1년 단위의 단기 성과 중심으로 SRI펀드를 평가하다 보니 이름값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SRI 관련 지수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사회적 요구 때문이었다"며 "그러다 보니 시장성과는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고 그동안 자산운용 업계에서도 시장성 있는 지수를 요구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SRI 지수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거래소는 KRX SRI, KRX SRI ECO, KRS SRI Governance, KRS Green 등 4개의 SRI 관련 지수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 지수들에 편입된 종목들은 대부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주 위주로 코스피200이나 KRX100 등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국민연금으로부터 SRI 지수와 관련해 문의를 받았다"며 "국민연금 측에서 SRI 지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요구하면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국민연금으로부터 ESG 평가 모델에 대한 문의를 받은 업계의 한 관계자도 "국민연금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ESG 모델링을 어떻게 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ESG를 적용할 때 실제 주가 움직임과 관련해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한다"며 "현재 몇몇 기관들이 국내 증시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ESG 지수를 공표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SRI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저들 역시 SRI펀드에 사회적 책임 기업만 담기도 어렵고 그 평가 기준도 애매해 SRI펀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RI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SRI펀드들은 SRI 분야에 제대로 된 벤치마크가 없어서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하거나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름은 SRI펀드이지만 코스피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는 게 현실이고 KRX SRI 지수도 투자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이 신뢰할 만한 새로운 SRI 지수를 개발한다면 좀 더 SRI 펀드 성격에 맞게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14년 1월 기준 국민연금의 SRI 투자 규모는 6조2,752억원으로 전체 국내 주식 투자(81조7,107억원)의 7.7%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