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여야의 전면적인 대선자금 공개를 요구하고 민주당이 23일 오전 대선자금을 선 공개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여야가 대선자금 폭풍권의 한가운데로 진입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자금 공개공방의 전개방향에 따라 여, 야가 각각 타격을 받으면서 정치권 재편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여야 대선자금의 완전한 공개를 요구하고 민주당이 선공개를 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선거자금이 훨씬 규모도 크고 문제도 많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한나라당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민주, `협의의 대선자금`만 선공개 =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 확정시(민주당은 지난해 4월28일)부터 선대위 발족(9월30일)이전까지를 포함한 광의의 대선자금을 여야가 함께 밝히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일단 선대위 발족 이후의 협의의 대선자금만 우선 공개키로 했다.
민주당은 대선자금 수입내역의 경우, 중앙당과 시.도지부 후원회, 대기업과 중소기업, 돼지저금통, 온라인 성금, 특별당비,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등으로 분류해 공개할 예정이며, 이미 준비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현행 정치자금법상 후원자의 실명 공개가 불가능한 만큼 A기업, B그룹,C씨 등 이니셜로만 공개할 방침이다.
검증 방식과 관련, 이상수 사무총장은 "후원금 내역을 모두 공개하면 현행법에 위반되지만, 선대본부에 기업 등의 명단이 있는 만큼 검찰 등 수사기관이 기업 등을 상대로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는 이니셜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진위를 가리기 위한 실사가 불가능하고, 이미 공개된 모금방식 외에 특별성금 등 장부에 잡히지 않은 자금의 존재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민주, 왜 선공개하나 = 민주당은 지난 대선자금의 경우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큰 규모로 거두고 사용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즉 김대중 정부 임기 내내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확산된 상황에서 누가 민주당에 후원금을 냈겠느냐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따라서 대선자금을 공개하더라도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거두고 사용했을 뿐 아니라 대선 잔여금 문제까지도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몽준-노무현 후보단일화전까지는 이회창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봤기 때문에 민주당에 거의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단일화 이후 겨우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도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자 당 고위관계자들이 기업의 명단을 놓고 개별적으로 전화해 겨우 모금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선 공개를 통한 여론의 압박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유도, 상대적으로 `깨끗한 민주당의 선거자금`을 드러낸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파장 = 그러나 일단 대선자금이 공개되면 당내 각종 경선자금, 총선자금까지 공개하는 게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과 자금을 제공한 경제계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 등으로 정ㆍ재계가 일대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