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에 美 크루그먼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강력 비판
"국제무역·경제지리학 연구 분야 통합"


전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쓰나미에 휩싸인 가운데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고삐 풀린 월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 크루그먼 교수를 2008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크루그먼 교수가 이전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던 국제무역과 경제지리학이라는 연구 분야를 통합했다”며 “무역 패턴과 경제활동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에 대한 크루그먼 교수의 분석을 높이 샀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53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해 올해 55세인 크루그먼 교수는 학계에서 노벨상 0순위 학자로 꼽힐 만큼 높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왔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크루그먼 교수가 국제무역이론뿐 아니라 거시경제학 등에 공헌한 바가 크다”며 “최근에는 경제 지리학에서 다양한 공로를 쌓았다”고 말했다. MIT에서 수학하며 크루그먼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모두가 그를 언젠가 노벨경제학상을 탈 학자로 평했다”며 “국제무역론 한 학기 수업을 자신의 논문만 가지고 할 정도로 탁월한 연구성과를 축적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루그먼 교수가 특히 기존 국제무역의 비교우위론을 뛰어넘는 신무역이론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학계에서 젊은 편에 속하는 크루그먼 교수가 올해 노벨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것은 의외라는 평도 적지 않아 최근 금융위기가 그의 이번 수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저격수’로 불릴 만큼 미국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해왔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해 지난 3월부터 뉴욕타임스 칼럼 등을 통해 “우리는 1929년처럼 파티를 하다 1930년이 찾아왔다”며 “현재 진행되는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3세대 전의 은행 연쇄도산의 최신 버전”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이 모든 일을 다하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은 근래에 보지 못한 대공황만큼이나 힘들 것”이라며 “금융시스템을 통제가능한 범위 안에 다시 집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일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크루그먼은 MIT 교수로 재직하다 몇 년 전 프린스턴대로 옮겼다. 1982년부터 2년 동안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자문회의에서 일했고 1991년에는 미 경제학회가 40세 미만의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크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으로 1,000만크로네(140만달러 상당)의 상금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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