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후임총재 '낙하산인가, 자율 선출인가'

7년동안 프로야구를 관장했던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5일 사퇴함에 따라 후임 총재 인선에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총재(commissioner)는 야구규약 2장에 `총재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고 이를 관리통할한다. 총재가 결정하는 지시, 재정, 재결 및 제제는 최종결정이며, 위원회에 속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에 적용된다'고 명시할 만큼 프로야구계에서 절대적인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후임총재 인선에 당연히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8개 구단이 추대하는 민선 총재가 대를 이을지, 정.관계 인사의 낙하산이 단행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프로야구는 창립당시 초대 수장을 맡았던 서종철 총재부터 11대 정대철 총재까지 모두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정부의 인사정책이 자주 바뀐 1990년대에는 제6대 총재를 맡았던 오명 과학기술부총리는 재임기간이 26일만에 불과해 최단명 기록을 세웠고 11대 정대철 총재도 4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이처럼 정권 입맛에 따라 총재가 자주 교체되다 보니 프로야구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도저히 수립할 수 없었고 불만이 고조될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1998년 9월 정대철 총재마저 재임 도중 구속되자 8개 구단은 구단주 회동을 가진 뒤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고 박용오 당시 OB 베어스 구단주를 총재로 추대해 `민선 자율총재' 시대를 선언했다. 이후 박총재는 최장기간인 7년동안 대과없이 프로야구를 이끌었다는 평을 들었지만 지난 7월 불거진 두산그룹 `형제의 난' 여파로 KBO 수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후임총재 인선에 대한 8개 구단의 입장은 그룹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선 총재'의 전통을 이어 후임 총재도 구단주 중에서 선출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 일부 그룹은 관선 총재를 통해 야구장 현대화 등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 시즌 338만 명의 관중을 끌어모은 KBO 총재는 지원금을 내놓아야 하는 아마추어 경기단체장들과 달리 금전적인 혜택과 명예가 모두 주어져 스포츠계에서 이른바 `노른자위'로 불리고 있다. 박용오 총재의 경우 구단주 출신이기 때문에 연봉을 비롯해 불필요한 지출을 삼가했지만 이전 총재들은 1억원에 가까운 연봉과 그 이상의 판공비는 물론 개인 비서와 운전수 등의 급여까지 KBO에서 일괄 지급 받았다. 일부 정치인 총재들은 KBO 수장이 되자마자 개인 사무실을 없애고 총재실을 접견실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 총재는 그만큼 언론 노출이 많아 정치인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상당수 정치인들이 KBO 총재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고일부 구단은 정치권과 화합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이제 KBO 총재가 단순히 8개 구단만을 위한 자리가 아닌만큼 후임 총재 인선에는 야구인 전체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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