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잇따른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세계 석유 시장의 재편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세계 석유시장에서의 패권장악이 지난 20년간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 온 정책 목표였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며 미국 등 서방 각국은 석유시장이 OPEC과 같은 공급자 카르텔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석유파동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하게 됐다.
실제 제1차 석유파동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 반대하는 OPEC 회원국이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면서 시작됐고 제2차 석유파동은 이란에 들어선 근본주의 이슬람 정권이 미국과 대립하면서 발생했다. 서방각국은 석유가 무기로 전환되는 상황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석유시장이 소비국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
이 때문에 미국이 일단 이라크를 점령하게 되면 석유시장에서의 자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OPEC 해체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방안 중 한가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우호관계에 묶어 둠으로써 석유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에 친미 성향의 정권이 들어서면 석유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한 미국의 선택 폭이 넓어진다. 미국은 OPEC을 해체하고도 석유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반후세인 성향의 이라크 정치인들이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런던에서는 석유 메이저들과 반후세인 이라크 정치인과의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영국의 언론은 보도한 바 있다.
망명중인 이라크 정치인들의 모임인 이라크국립의회의 자브 세스나 대변인은 "석유업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그들과 대화를 해 왔다"고 밝혔다.
석유메이저는 포스트 후세인 시대 이라크의 산유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앞지를 것인가와 OPEC이 결국 해체될 것인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한(경제학박사)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