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휘발유 소비량이 7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8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총 6,051만8,000배럴로 전년에 비해 5.56% 감소했다. 이는 석유공사에 의해 휘발유 소비 집계가 시작된 지난 97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휘발유 소비량이 급감했던 지난 98년보다도 더 낮은 것이다.
국내 휘발유 소비는 지난 97년 7,135만8,000배럴을 기록한 이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6,100만-6,400만배럴대로 곤두박질 쳤지만 지난해처럼 6,100만배럴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 98년에도 연간 휘발유 소비량은 6,108만9,000배럴로 지난해보다 많았다. 이후 99년 6,387만9,000배럴, 2000년 6,238만2,000배럴, 2001년 6,270만7,000배럴, 2002년 6,407만8,000배럴 등으로 꾸준한 회복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휘발유 소비가 크게 감소한 것은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고유가에 따른 운전자들의 운행자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휘발유 대신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레저용 차량(RV)의 증가와 각종 유사휘발유의 범람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사휘발유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파장을 던졌던 연료첨가제 세녹스 등장 이후 범람하기 시작한 각종 유사휘발유는 현재 국내 휘발유시장의 약 8-9%까지 잠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한해 유사휘발유 유통량이 약 500만배럴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휘발유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각종 유사휘발유의 범람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유관기관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