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필요땐 추가 자금 공급… 더블딥 없어"

잭슨홀 연설서 '디플레 파이터' 면모 과시
전문가들 "FRB 힘만으론 경기부양 한계"

세계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운 지난 주말 ‘잭슨 홀’연설에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ㆍ이하 연준) 의장은 “미국 경기가 더블딥(double dip) 조짐이 나타날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파이터(deflation fighter)’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27일 버냉키 의장 연설 이후 뉴욕 증시에서 주가는 큰 폭으로 올라 경제 주체들에게 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그의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버냉키의 공언에도 연준의 정책적 수단이 고갈되고 있고, 내부 이견 등으로 공격적 경기방어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국채 10년 물 수익률은 이날 무려 0.17%포인트 급등(국채 가격 하락)했다. 연일 급락하고 있는 미 국채 수익률 급등은 FRB가 국채 매입을 통한 공격적 경기부양이 당장 시행되기 어려울 것임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 더 나빠지면 비전통적인 방법 동원할 것”= 버냉키는 지난 27일 오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움 연설을 통해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약화되고 있다”면서 “경기 전망이 현저하게 악화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연준이 비(非)전통적인 조치를 동원해 추가로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준 내부에서 논의돼온 4가지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장단점을 부연 설명했다. 즉, ▦ 정부채권 등을 다시 매입하는 양적 완화의 재개 ▦초저금리 기조를 시장의 예상보다 더 지속한다는 것을 천명하는 방안 ▦1.5~2%인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2%이상으로 올리는 방안 ▦은행 재할인율 인하 등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국채나 모기지 증권을 대량 매입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 조치의 실행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와관련, 연준이 지금까지 총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한 것이 기업과 가계 등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가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더딘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되, 2011년부터는 성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지속하는 만큼, 더블딥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공격적 경기부양, 저항 많다= 버냉키가 연준의 역할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론이 벌써 나오고 있다. 연준의 힘 만으로는 더블딥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버냉키의 연설직후 “연준이 가지고 있는 옵션 가운데, 어느 것도 더블딥의 위험성을 낮추지 못할 것이다. 금리는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소비자들이나 투자수요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매우 좋지 않은 지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펠트스타인 교수는 미국의 더블딥 확률을 20~30%로 예상하고 있다.

버냉키의 연준의 역할 강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이클 펠로리 JP모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가 추가적인 통화공급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 지에 대해서는 시그널을 주지 않았다”며 “지표가 더욱 나빠지더라도 오는 9월 FOMC회의가 곧 바로 정책을 결정하리라고 기대하기에는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은 “버냉키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연준의 행동은 조만간에 이뤄질 것이지만, 연준 내부에서 상당한 저항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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