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내 두 군데 바이오 벤처기업에서 개발한 질병진단용 DNA칩을 곧 체외진단용 전문의약품으로 품목허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파퓰로마바이러스(HPV)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신속ㆍ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을 개발한 후 3년씩이나 뜸을 들여 어렵사리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된 것이다.
허가당국인 식약청이 진단용 DNA칩을 품목분류(의료기기인지 체외진단용 전문의약품인지)하면서 우왕좌왕한데다 진단에 얼마나 유효한지를 검증하고 사람ㆍ환경 등에 따라 진단결과가 들쭉날쭉하게 나오지 않도록 품질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준ㆍ시험방법 등을 뒤늦게 만든 때문이다.
그동안 개발업체들은 허가 관련 규정이 나오기만 기다리며 속앓이를 해왔다. 병ㆍ의원에서 진단용으로 쓰지 못해 연구용으로만 소량 유통되다 보니 돈벌이가 안돼 적잖은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허가에 필요한 기준ㆍ시험방법 등이 늦게 마련되는 바람에 상당한 시간ㆍ비용을 들여 준비해온 실험 데이터를 보충하기 위해 처음부터 실험을 다시 해야 하는 부담도 감수해야 했다.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진단용 DNA칩 1호’를 탄생시킨 기업,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앞서 품목허가를 내준 식약청 관계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DNA칩을 비롯한 바이오칩의 세계시장은 지난 2000년 5억달러에서 올해 33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급팽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한 것 같다. 첨단 생명공학 제품이 낯설기만 한 대부분의 의사들이 진단용 DNA칩을 신뢰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소비자들은 이 같은 체외진단용 의약품이 임신진단키트처럼 약국에서 구입해 바이러스ㆍ암 등에 걸렸는지 여부를 1차 확인할 수 있는 보다 편리한 상품으로 대중화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료행위라는 성역’으로 붙들어두려는 의사들의 의식과 국내의 관련 법령은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
특히 식약청은 언론을 통해 개발 소식이 전해진 다른 진단용 DNA칩ㆍ단백질칩ㆍ랩온어칩 등을 허가해주기 위한 평가기준을 하루빨리 만들어 신성장동력 산업이 허가 단계에서 병목현상을 빚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식약청이 민간의 생명공학 의약품 개발속도에 맞춰 적합한 평가기준을 만들어내려면 미국ㆍ일본처럼 관련 조직을 보강하고 전문성을 제고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배려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