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일본 업체는 주요 시장에서 우리에 대한 견제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중국 등 후발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며 최근 심화된 ‘샌드위치 위기’를 강한 톤으로 경고했다. 이에 앞서 이건희 삼성 회장도 지난주 말 투명사회협약을 위한 모임에서 “한국의 주력산업들이 앞으로 4~6년 사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전자ㆍ자동차 등 주요 업종들이 앞뒤에서 압박당하는 현실을 설파한 것. 정 회장은 16일 기아자동차 주주총회에 앞서 배포한 영업보고서 인사말에서 “내일의 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한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종전과 다른 방식과 시스템으로 새로운 성장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한국 기업의 넛크래커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기아차는 지난해 8년 만에 처음으로 외형성장에도 불구, 1,2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취약한 채산성을 드러냈다. 올해 자동차산업에 대해 정 회장은 “세계 경제성장 둔화, 글로벌화에 따른 환율 리스크 증대 등 우리를 둘러싼 경제여건 역시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기아차는 생산ㆍ판매ㆍ마케팅ㆍ브랜드ㆍ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역량을 높여나갈 것”이라며 “불굴의 투지와 도전정신, 우리 경제와 자동차산업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층 내실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이어 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세부적 전략으로 글로벌 품질경영과 선진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그는 “그동안 강력히 추진해온 글로벌 품질경영 역시 가속화할 방침”이라며 “제품과 원가 등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선진 시스템을 통해 경영에서 불요불급한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연구개발과 글로벌 생산기지 마련 등 (그동안) 계획했던 미래 신규사업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로 한층 강인한 기업으로 변신할 계획”이라며 “사업 파트너와의 상생협력에 힘쓰며 화합하고 신뢰하는 노사문화를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