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딜레마'에 빠진 판교 신도시

판교 신도시가 '주공 딜레마'에 빠졌다. 민간 아파트의 적정 분양가를 둘러싸고 성남시와 민간 업체가 힘겨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주택공사가 24일 분양가를 확정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내 다른 민간 업체의 분양 일정과 분양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판교에 분양 2천192가구와 임대 1천884가구 등 총 4천76가구를 공급하는 주택공사는 24일 평당 평균 1천99만2천원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 문제는 주공이 예정대로 24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기 때문에 다른 아파트의 당첨자 발표일도 모두 5월 4일로 확정돼 버렸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민간 분양과 임대 등 다른 아파트도 최소한 29일까지 분양승인을 얻어 당첨자 발표를 5월 4일로 맞춰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판교 신도시 '동시분양'의 틀이 깨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일부 청약자는 통장을 바꿔가며 중복 청약도 가능해지는 등 판교 분양은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성남시와 정부로선 29일이 민간 분양 승인'데드라인'이 돼 버렸다. 가뜩이나 분양가를 사이에 두고 성남시와 민간 업체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날짜 제한까지 생겨 더욱 답답한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판교 청약 혼란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 성남시와 정부로선 민간 업체에더욱 아쉬운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건교부 관계자는 "기존의 분양 일정을 지킬 수 있도록 다음주 초까지는 성남시가 분양승인을 내도록 독려하고 분양승인이 29일을 넘길 경우 청약 일정을 최대한줄여서라도 당첨자 발표일을 맞춰보겠다"고 말했지만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주공이 정한 분양가가 성남시가 민간 업체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 책정돼 있는 점도 문제다. 주공이 판교에서 분양하는 전용 22-25.7평 이하 아파트에 적용한 분양가격은 평당 평균 1천99만2천원이다. 그러나 현재 성남시가 민간 업체에게 요구하고 있는 적정 분양가인 1천100만원대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보통 주공 아파트는 토지 취득.등록세나 분양보증 수수료 등을 부담하지 않아 민간 아파트에 비해 저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간 업체들은 주공의 분양가를 근거로 내세우며 분양가를 1천100만원 이상 올려받기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공과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평균 60만-80만원 차이가 난다고 볼 때 민간업체가 분양가를 1천180만원 이하로 정하면 거꾸로 주공 아파트가 고분양가 논란에휩싸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민간 분양 및 임대 아파트의 분양 승인 문제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주공만이 분양가를 확정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바람에 오히려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도 주공이 홀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문제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민간 업체의 분양가에 대해 유래없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한 성남시와 판교 신도시 주무 부서인 건교부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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