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포스트 5ㆍ31'과 재계

“늘 그래왔듯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집권 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로 막을 내린 지난 ‘5ㆍ31 지방선거’ 결과가 앞으로 재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 대기업의 임원은 “뭐 달라질 게 있겠느냐”며 냉소적인 반응부터 보였다. 그는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 그동안 미뤄왔던 검찰의 기업 관련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수사의 칼 끝을 쳐다보며 긴장의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선거 참패의 원인과 결과를 놓고 한창 갑론을박에 휩싸여 있지만 재계의 시선은 이처럼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전경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치권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재계 역시 그 후폭풍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여당이 패한) 선거를 한두번 치른 것도 아닌데 그동안 변한 게 있느냐”며 “‘선거보다 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재계의 사기는 그야 말로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다. 기업 경영은 환율 및 유가 불안 등 최악의 경영 여건에 빠져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게다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기업인 수사는 곧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주요 대기업들의 ‘글로벌 마케팅’마저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 또는 법원의 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몇몇 대기업들은 벌써부터 그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는 처지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대다수 국민 여론이 현 정부와 여당의 주요 정책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면 아무리 맞는 정책이라고 믿고 있어도 최소한 그 접근 방식만큼은 바꿔야 하는 것이 순리다. 기업 관련 정책이나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기업인들은 지금 정부가 정말로 기업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기업의 성과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풍토의 조성”이라는 대다수 기업인들의 바람을 우선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