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경제 덮치는 에볼라… IMF 구제금융 받나

사망자 수 1,000명 육박
美·유럽기업들 프로젝트 중단… 주재 직원에 "당장 철수" 지시
"외국인 모두 떠나면 경제 둔화"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사태 수습에 대규모 재정 필요
"IMF에 도움 청할 것" 전망도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한 가운데 아프리카 경제에 대한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에볼라 발병국가에서는 서방 주요 기업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의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가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면서 라이베리아에서 10여명의 직원을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항공사 브리티시에어웨이는 이달 말까지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취항을 중단했다. 호주 철광석 업체 타나와 리소시즈는 라이베리아에서 중요하지 않은 현장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관련 인력들을 전원 귀국시켰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8일 라이베리아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또 다국적 정유사인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현지 사업활동을 계속하지만 에볼라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아프리카 담당 선임연구원인 존 캠벨은 "에볼라가 확산되면 패닉에 빠지게 된다"면서 "사람들은 일하러 가지 않고 외국인은 떠날 것이며 경제활동은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석기관인 IHS글로벌인사이트는 특히 국가재정이 취약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등은 에볼라 사태 수습을 위해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또 에볼라 발병국들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세계은행도 기니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4.5%에서 3.5%로 내린 바 있다.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은 10일 기니ㆍ라이베리아ㆍ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 공공위생전문가팀과 방역물자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은 8일 이 지역에 800만유로(약 111억원)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에볼라 관련 지원금을 총 1,190만유로(약 165억원)로 확대했다. EU는 또 며칠 내 서아프리카 지역에 에볼라 진단 등을 위한 이동식 연구실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대응을 돕기 위해 라고스에 파견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확산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8일 에볼라 감염자 2명이 추가 확인되면서 굿럭 조너선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9억나이라(약 121억원)의 긴급 자금집행을 승인했다. 에볼라가 처음 발병한 서아프리카에서 동쪽으로 1,500㎞ 떨어진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이자 경제대국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가나에서는 4명의 에볼라 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한 명은 코에서 피를 흘리고 고열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다. 세네갈에서도 말리를 여행한 뒤 귀국한 남성 1명이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여 격리 조치됐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케냐에서 보고된 에볼라 의심환자들은 검사 결과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

또 캐나다에서는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한 남성이 에볼라 유사 증상을 보여 격리치료에 들어갔다. 최근 에볼라 치료를 위해 스페인으로 이송된 신부와 함께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콩고 수녀는 에볼라에 감염돼 9일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일까지 기니ㆍ시에라리온ㆍ라이베리아ㆍ나이지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환자는 총 1,779명이며 이 중 961명이 사망했다. 최근 WHO는 이 지역 에볼라 발병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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