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도 활성화해야”/타업종간 합병,코스트다운 등 순기능/공정위 업무 ‘체감 규제혁파’에 둘것/감시기능에 충실 방침… “기업도 공정질서 지켜야 발전”/대담:이병완 정경부장『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의 감시자로서 뿐만 아니라 기업의 좋은 이웃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전윤철 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이 「규제」가 아니라 「감시」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또 기업은 공정거래 질서를 지키는 것이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전향적인 인식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행시4회 출신인 전위원장은 과거 경제기획원내 공정거래실설립시 필수요원으로 참여했을 뿐아니라 지난 81년 공정거래법 제정과정에선 핵심 실무를 맡아 우리나라 공정거래업무에 관한 한 산역사의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법기획부터 참여
전위원장은 과거 공정위부위원장 시절에는 타 부처가 경쟁제한적인 법령의 도입을 추진할 경우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며 이의를 제기하곤해 과천관가에선 「경제관련법을 통과시키려면 전부위원장부터 먼저 설득해야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원칙에 철저한 소신파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앞으로 규제완화 작업은 공정위가 총괄하고 특히 각 부처의 각종 법령에 들어있는 카르텔 조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고건 총리도 앞으로 규제완화 작업은 공정위가 총괄하도록 지시했고 카르텔문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각국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카르텔을 모두 없애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개별적인 규제를 풀더라도 카르텔이 남아 있으면 실질적인 자유화 효과가 없어집니다. 따라서 앞으로 카르텔 문제는 강력히 단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공정위 업무중 특히 역점을 둘 부분은.
▲고총리는 취임사에서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규제 「완화」나 규제 「철폐」보다 훨씬 강한 톤입니다. 앞으로 재경원등이 진행해온 규제개혁 작업이 모두 공정위로 넘어오게 됩니다. 따라서 올해 공정위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규제혁파이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철저히 해 나갈 생각입니다.
문민정부이후 꾸준히 규제완화를 실시해 왔지만 국민들이 피부에 닿는 규제완화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기업과 일반국민들이 규제완화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그동안의 규제완화 과정이 핵심내용보다 절차 간소화에 그치고 업무권한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에 이관돼 그대로 존속됐기 때문입니다. 또 규제를 맡은 기관이 규제완화를 추진하다보니 규제완화 작업에 효율성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경제적 규제는 개혁차원에서 철폐하고 사회적 규제는 규제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 범위내로 합리화하겠습니다. 토지이용, 물류·운수, 건축, 유통 등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분야부터 개혁하며 진입·가격규제 등 핵심적인 규제개혁에 중점을 둬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형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업일정 우선순위 등을 고려, 단기 및 중장기과제를 구분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경제규제의 획기적인 철폐를 위해 규제일몰제(Sunset Clause), 규제등록제 등의 도입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규제완화가 만능인가」라는 특집시리즈를 게재한 것을 봤습니다. 정부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입니까. 또 시장기능의 확대도 좋지만 정부 역할이 더 강조돼야하는 부분도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린벨트 완화 등과 같이 고충처리 차원에서 규제를 푸는 것은 잘못입니다. 현대 국가가 지양해야할 기능은 규제, 감시기능과 기업자 기능, 분배 기능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규제기능은 시장기능 창달을 위해 축소해야하며 국가의 기업자 기능은 민간에 이양해야합니다. 그러나 국가의 분배기능과 감시기능은 확대돼야 합니다.
공정위의 역할은 감시기능이므로 이 부분은 보다 더 확대돼야 합니다. 또 규제에는 경제에 관한 규제와 환경·보건·위생·안전 등 사회적 기능과 관련된 규제가 있는데 국민생활의 질과 관련있는 이같은 사회적 기능은 오히려 강화돼야 합니다.
○기업 경쟁력 우수
그런 면에서 그린벨트 완화 등 민원성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닙니까.
▲공장입지, 수도권 과밀화 억제, 부동산투기 억제시책 등 국가의 최고 정책목표와 관련된 규제완화 문제는 규제완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이들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합니다. 그러나 대신 고도의 국가정책적 차원이 아닌 부분의 규제는 모두 혁파해 나가겠습니다. 돌이켜보면 규제완화작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79년 강경식 부총리가 경제기획원 기획차관보시절 안정화시책을 내놓으면서 시장기능 창달을 위해 규제완화 작업을 제기한 이후라고 생각됩니다. 그후 문민정부 출범초기 신경제정책에서도 규제완화가 정책의 제1목표로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규제완화는 대부분 절차규정 등에 치우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는 중앙정부의 규제를 지방정부 등 하위기관으로 넘기기만 해 오히려 복잡하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또 여러 기관이 규제완화를 취급하다보니 고충처리 차원에서의 규제완화밖에 이루어지지 않아 노력보다 체감도가 낮은 것도 사실입니다. OECD도 규제완화는 경쟁정책을 다루는 기관이 전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업종전문화 등 산업정책과 공정거래법상 재벌정책과의 상충문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60년대부터 공직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산업정책을 해 왔습니다. 초창기 산업정책은 부존자원이 없고 자본주의 이론에 대한 기반도 약한 상황에서 경제개발계획의 타깃이 유망한 전략산업에 조세·금융상 지원을 집중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건이 너무나 변했습니다. 지금 산업정책 운운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또 기업의 경쟁력이 정부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해야합니다. 앞으로는 많은 부분을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정부는 룰을 정해놓고 위반하는 경우에 단속하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독단폐해 등 시정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공정위의 대책은.
▲최근 증권거래법등의 개정을 통해 M&A를 활성화시킨 것은 효율적인 기업경영 유도와 개인대주주 중심의 독단적 경영의 폐해 시정 등 M&A의 순기능을 조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M&A 방어를 위해 생산자금이 묶이거나 경영자가 단기적인 경영성과에만 치중하는등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M&A의 역기능이 일부 있더라도 기업체질의 개선 등 M&A 순기능과 기업경영권도 거래가능하다는 자본주의의 본질 등을 고려할 때 적대적 M&A라도 일정한 규칙하에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M&A를 통해 시장구조가 독과점화되거나 경쟁제한적일 경우엔 엄격히 규제할 방침입니다.
M&A의 경쟁제한성 판단과 관련, 수평적 M&A는 대부분 경쟁제한성이 크기 때문에 철저히 감시할 필요가 있으나 다른 업종간의 M&A는 효율을 극대화하고 코스트를 다운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정리=이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