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결의론 구속력 역부족" 공감

■ 정부 "30개월이상 쇠고기 검역으로 차단"
美정부서 '수출업계 결의내용' 공신력 부여 기대
'30개월 이상' 표시 안한 업체 명단 공개등 검토

강재섭(오른쪽) 한나라당 대표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서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대근기자

쇠고기 수출자율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간업체들 간 약속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는 수출자율규제협정(VRA)이 자유무역 취지에 위반하는 ‘비과세 장벽’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정부는 민간 수출입 업체들의 결의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자율규제에 위반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검역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자율규제의 구속력을 뒷받침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민간 결의로는 ‘역부족’…정부도 공감=‘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못 들어오게 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30개월령을 구분 표시하겠다’는 미국 수출업계와 ‘30개월 이상 미국산은 수입하지 않겠다’는 국내 수입업계의 자율결의 형태로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의 해법을 구속력 없는 민간업체들의 자율결의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에는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실제 우리 정부는 30개월 이상 수출중단 요청이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 이뤄진 만큼 미국 정부가 최대한 수출업계의 결의 내용에 공신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업계 자율규제 결의를 상호 통보하고 정부 차원의 공동 성명을 통해 결의 내용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방법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역에서 30개월 이상 원천봉쇄 ‘강수’ 두나=다만 무수한 수출입 업체들을 상대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국내 반입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있다고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수’가 필요하다. 정부는 ‘검역주권’을 무기로 내세우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출물량의 대부분은 5대 메이저업체들이 갖고 있지만 문제는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중소 수출업체들”이라며 “이들이 월령 구분을 못하거나 위반할 경우 검역주권을 행사해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수입위생조건상 수입이 허용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검역에서 차단해 반송ㆍ폐기 조치를 취할 경우 이는 엄연한 고시 위반에 해당된다. 김 본부장도 “중소 수출업체들이 미 의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통상마찰은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도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에 미국 내 중소 수출업체들을 어느 수준까지는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의문 위반’ 비켜갈 해법 찾기에 골몰=물론 ‘30개월 이상 수출 중단’ 요청에 대한 미국 측의 ‘답신’이 오지 않은 만큼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유력한 ‘가능성’에 불과하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밖에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또는 라벨링 없는 쇠고기를 들여온 업체의 명단을 공개하거나 이후 해당 수입업체가 들여오는 물량에 대해 2주일 이상 시간이 걸리는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방법 등도 폭넓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율규제가 어떤 형태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이에 대한 정부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월령 표시 기간 등에 따라 5~6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가령 국내 수입업계가 자율결의문 등에서 “검역 과정에서 30개월 이상 구분 표시가 없는 쇠고기가 나올 경우 정부가 이를 폐기 또는 반송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회 결의문이 600여개에 달하는 전체 수입업체들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협회에 가입된 업체들 중에도 자율결의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어서 이런 수준까지 중지를 모으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신고제인 수입업을 허가제로 전환, 결의에 참여하지 않은 영세업체의 자율규제 위반을 막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지만 법을 건드려야 하는 사안인 만큼 실행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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