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0년 전만 해도 중국은 근대화의 지각생이었다. 20세기가 문을 연 1901년 '부청멸양(扶淸滅洋)'을 주장하던 의화단 운동은 외국 군대에 의해 철저히 진압되고 중국은 서구 열강 앞에 무릎을 꿇는 굴욕을 감내해야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지난 2001년 7월 베이징이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수천만 명의 중국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중국이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양극단의 사건이 일어난 100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국학자인 저자가 지난 100여년 간의 중국 역사를 살펴본다. 청나라의 몰락에서부터 신해혁명, 공산당 창당과 대장정, 국공내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을 거쳐 개혁ㆍ개방의 길을 택해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100년의 굴곡을 꿰뚫었다. '근대화'라는 혼란스러운 단어는 '서구화'와 뒤섞여 쓰이면서 중국 문명의 본질을 유지하고자 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적 색채를 가진 중국식 진보를 추진했고 이같은 근대화 과정에서 세 번의 실패가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청나라 말부터 중화민국 초기(1870~1920), 국민당 점령 시기(1927~1949), 마오쩌둥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이후 30년간(1949~1978)의 세 시기는 근대화를 시도했으나 위로부터의 성급한 추진이었기에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중국의 근대화는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비로소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달성된 근대화는 경제성장의 추진력을 달고 중국을 강대국 반열에 올려놨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중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지역적 불균형, 도시와 농촌ㆍ계층간 갈등, 소수민족 문제, 사회적 단절, 부정부패와 자원 낭비 등이 화려한 발전사 이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저자는 "나날이 첨예해지는 중국의 사회 위기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심각하게 경고한다. 문헌 자료에 기반한 대다수 역사서와 달리 이 책은 중국에서 방영된 연속극, 영화, 인터넷자료, 전단지, 지하 간행물 등을 폭넓게 활용해 현대사라는 주제 특성에 밀착해 접근했다. 책 말미에 중국의 지난 100년을 정리한 연표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약력이 부록으로 첨부됐다. 20세기 중국 역사를 다룬 책이지만 저자의 시선은 21세기 현재와 앞으로 100년을 향해 있어 유익하다.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