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建榮(전 건설부차관)특정고교 중심의 파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공직사회에 이같은 인맥실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정권이 바뀐 이후 장관, 기관장은 물론 줄줄이 인사가 있었다. 그때마다 말들이 많았다. 며칠전 모 신문에 난 특집자료를 보니 과연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특정지역 모모학교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우리와 같이 대통령중심제인 미국도 대통령이 바뀌면 공직의 대폭 물갈이가 있다. 중앙부서는 국장급까지 바뀌어서 나가는 사람, 들어오는 사람들로 워싱턴에 인구대이동이 일어난다. 하버드사단이나 조지아사단이니, 캘리포니아 사단이니 이름이 붙는다. 그러나 국민들은 누가 어느 자리에 앉던 관심이 없다.
일본은 관료제의 뿌리가 깊다.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만 바뀐다. 실질적 힘은 오히려 사무차관이 쥐고 있다. 정책의 흔들림이 없고 물갈이 인사폭도 크지않다.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정권이 바뀌니까 구석구석 사람이 바뀌고 모든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 집권사단과의 연줄에 따라 재벌 판도도 달라질 판이다. 우리의 경우 모든 힘은 정권으로 모아지니 그럴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는 어느 조직이고 파벌이 있고 소위 사단이 있다. 어느 사단에 속하느냐에 따라 영전도 되고 승진속도도 달라진다. 모두가 끼리끼리인 사회에서 혼자서는 외롭고 힘에 부친다. 여러 사단중에서도 동문조직은 가장 든든한 벽이다.
고교 동문끼리 만나면 반갑다. 누구 아느냐, 아 걔, 그 선배 어쩌고 하다 보면 얽혔던 일도 솔솔 풀린다. 동창이라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 지난 주엔 우리 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루었는데 입시장에 갔더니 동문 선배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와서 응원을 하곤 야단이다. 우리 아이가 콧날이 찡해서 어쩔줄을 몰라 했다. 우리는 이렇게 동창조직에 약하다. 그래서 끼리끼리 울타리를 만들고 PK니 TK니 MK니 하는 야릇한 뱃지를 달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영국도 이튼, 하로우, 웨스트민스터, 럭비등 명문학교 끼리의 경쟁이 있다. 이들은 재학중 같이 기숙사생활을 하며 공동체의식을 배운다. 또 대학간의 경쟁도 대단하다. 영국의 사회지배층은 반수 이상이 옥스브리지(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이다. 그러나 파벌에 얽매어 공을 흐리지는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학연과 지연이 범벅이 된 우리의 파벌의식은 지나치다. 우리 공직사회가 몇몇 특정고교 동문클럽이 된다면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