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자 학군수요 '꿈틀'…전셋값 또 뛴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서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학군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문의가 늘어나면서 잠시 잦아들고 있던 상승세가 다시 확대될 조짐이다.

강남권의 경우 겨울방학 이사 수요에다 올해 말부터 대규모 재건축 이주까지 맞물려 있어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3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지난 한 주 동안 학군 인기지역의 전셋값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천구가 0.28%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가 0.24%, 서초구가 0.22%를 나타내면서 서울 평균 상승률(0.10%)을 웃돌았다.

특히 전통적인 학군 인기지역인 양천구 목동의 경우 수능 직전 조사(14일 기준)에선 전셋값이 보합세를 기록했으나 수능이 끝나고 21일 기준 조사에서는 0.36%가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강남구 대치동 역시 14일 기준 0.05% 변동에 그쳤으나 수능이 끝나고 지난 한 주간은 0.32%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서울의 학군 인기지역 가운데 노원구 중계동(-0.07%)을 제외하곤 수능 직후부터 전세시장이 발빠르게 반응한 것이다.

목동에서는 전세물건이 품귀 현상을 보이며 이달 들어 122㎡의 경우 전셋값이 5억8천만원, 89㎡은 3억5천만∼3억6천만원까지 계약됐다. 이는 지난달 말에 비해 2천만∼5천만원가량 오른 시세다.

7단지 W공인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고 전세 문의가 늘기 시작했는데 전세는 물건이 없어 계약을 못하고 있다”며 “전세 물건이 없다보니 요즘은 월세, 보증부 월세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선경 등 학군 인기 아파트도 강세다.

대치동 R공인 관계자는 “중·고교 배정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었는데 이사를 가려는 수요는 별로 없다”며 “전세는 물건이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것도 가격을 올려서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초구의 인기 아파트인 반포동 주공1단지도 전용면적 72㎡의 경우 전셋값이 2억8천만∼3억8천만원으로 최근 한달 새 1천만∼2천만원 올랐다.

특히 ‘물수능’ 논란이 일면서 재수를 선택하려는 가정이 많다는 점도 학군 인기지역의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학군 인기지역은 학원가도 발달해 재수 희망자가 많아지면 재계약 수요가 많아지고, 이로 인해 신규로 나오는 전세물건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희망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는 다음달 이후에는 학군 이동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D공인 관계자는 “논술시험이 끝나고 수능 점수가 발표된 뒤에는 전세 문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년에 비해 전입 희망자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지만 전셋값은 당분간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에도 수능이 치러졌던 11월7일 이후 전셋값이 급등해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같은달 15일 조사에서 1.92%가 오른 뒤 12월 말까지 0.5∼0.6% 가량의 상승세를 보이며 서울 평균 상승률(0.14∼0.16%)을 크게 웃돌았다.

목동 역시 지난해 수능 이후 12월 말까지 서울 평균보다 높은 0.3∼0.8%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치면서 강남 등 주요 지역의 전세난은 예년에 비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강남구 개포 주공 2·3단지를 비롯해 강동구 고덕 주공2·4단지 등 강남·서초·강동구 일대 재건축 단지가 줄줄이 이주를 시작하면서 올해 연말부터 전셋집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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