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푸는 경제와 주가] 금리(2)

요즘 청문회 도마위에 오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사실이 공식 발표된 것은 지난 97년 11월 21일이었다.그후 IMF의 도움을 받아 우리경제는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경제운영은 일일이 돈준 사람들의 지도와 승인을 받아야 했다. IMF가 우리에게 제시한 경제정책 중 가장 논란을 부른것은 고금리정책이였다. IMF가 고금리정책을 강요한 것은 긴축을 통한 구조조정을 노린 점도 있었지만 높은 투자수익률을 찾아다니는 국제자본을 한국시장에 붙들어 두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다. 자본이동에 따른 제약이나 비용이 없을 때 국제투기(투자)자본은 고수익을 좆아 금리가 높은 시장으로 가는 속성이 있기 때문. 국제투기자본은 크게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 고금리를 좆아다니는 자금은 채권투자자금이다. 주로 사고파는 채권은 미국달러화,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 등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통화로 표시된 채권이다. 일부 아시아국가들의 자국통화표시 채권들이 국제펀드들의 투자대상이 되기는 했으나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기피 대상이 됐다. 고금리는 채권시장에는 약(藥)이지만 주식시장에는 독(毒)이다. 특히 세계적인 부채비율을 가진 한국기업에게 20%를 넘는 금리는 잘 처방된 극약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한국기업들 주식에 투자한 국제자본은 『걸음아 나 살려라』는 식으로 투자자금을 빼냈다. 혹시나 하고 한국채권을 눈여겨 보던 국제자본도 환위험때문에 아예 포기해 버렸다. IMF는 이점을 간과, 실수를 범했다. 있지도 않은 채권투자자금을 겨냥한 고금리정책은 그나마 증시에 남아 눈치를 보던 외국자본까지 아버리고 한국기업들의 수익비용구조만 악화시켰다. 다행히 정부가 구걸해온 외화자금과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외채만기연장조치에 힙입어 가능했던 우리정부와 IMF사이의 5차 의향서 교환(98년 2월)이후 금리는 서서히 내려갔다. 결국 정부의 1차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끝난 10월부터 회사채 수익률이 한자리수로 진입했고 한국증시는 대세상승기에 접어들었다. 금리가 내려가자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경감됐고 이에 고무된 국내주식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오르자 이에 뒤질세라 외국자본도 다시 한국증시로 돌아왔다. 한국증시는 지금도 이러한 구조의 연장선상에 서있다. 이제 국제자본의 이동을 논하는 국제금융이론은 새로 쓰여져야 한다. 한국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국제자본이 몰려오기는 커녕 오히려 한국을 떠난다고. 주식투자자들은 금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험한 계기가 됐다.(계속) 【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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