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수한 박사급 인재를 적극 지원하면서 노벨상 수상국 반열에 오르기 위한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기존 연구자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젊은 석ㆍ박사 과정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창의적 연구 성과를 조기에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최근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37명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66명(48.2%)이 20~30대 연구 결과로 수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수상자 6명 중 4명의 연구 성과도 이미 20~30대에 발표된 것이다. 석ㆍ박사나 박사후과정 때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통해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들은 과다한 연구프로젝트 참여 등으로 학업시간마저 부족하다 보니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기 힘들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지난 2009년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연간 3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생이 조사 대상의 3분의1(33.5%)을 넘었다. 학업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도 49.2%에 달했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교수가 따온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정작 자신만의 연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과 대통령 포스트닥터 펠로우십을 도입해 각각 300명과 15명의 박사과정(석ㆍ박사통합과정 포함)과 박사후과정 연구원을 지원한다.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지원 금액이 월 250만원, 연간 3,000만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이공계 지원 사업인 BK21에 참여하는 석ㆍ박사 과정 학생들의 지원금이 월 90만원 안팎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이진석 교과부 학술정책관은 "BK21 등 다른 사업에 비해 지원금을 대폭 늘려 학업ㆍ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BK21 사업이 끝나는 오는 2013년에는 지원 인원을 2,500명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 노벨생리ㆍ의학상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의과학 분야에도 노벨상 프로젝트는 이미 가동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011년 업무계획'에서 유망한 젊은 의과학자를 선발해 세계적인 리더로 육성하는 '노벨 생리ㆍ의학상 프로젝트' 계획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잠재력이 있는 20~30대 젊은 의과학자를 선발해 장기적으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10명의 인재를 선정해 개인당 1억원씩 3년간 지원하고 중간 평가 후 우수성과자의 경우 연간 3억원씩 5년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의 성과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 연구자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여건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은 정부가 1995년 이후 약 2조원의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왔으나 세계 리더급 의과학자 양성에는 크게 미흡한 결과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81년부터 창조과학기술추진사업(ERATO)을 통해 매년 1인당 3억~4억엔씩 5년간 지원해 2006년까지 85명을 지원했다. 200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노요리 료지 교수가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복지부는 이 같은 지원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가 전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건의료산업의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