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G20, 기업이 국격을 높인다] 4. 미래, 우리가 연다

"新산업분야 석권하자" 그린카·헬스케어 등 육성 팔걷어
삼성 등 마스터플랜 수립 완료 수십조대 대규모 투자금 마련
국내기업 기술·잠재력 등 인정 해외 기업들 러브콜도 잇따라



2020년 8월의 어느 날. 프랑스 파리에 사는 모니카는 'H' 엠블렘이 빛나는 전기차로 출근길에 나섰다. 한 달 연료비가 10유로도 안 드는데다 디자인도 깜찍해 며칠 전 현대차를 샀다. 그에게 '코리아'의 이미지는 첨단기술 그 자체다. 퇴근 후 모니카는 파리 외곽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찾았다. 혈액검사 중이다. 검사기에 혈액을 넣은 지 10분. 당뇨와 간ㆍ콜레스테롤ㆍ심장 질환 등 19개 항목 결과가 바로 나온다. 혈액검사기 한쪽에 'SAMSUNG' 로고가 선명하다. 10년 후를 상상한 모습이지만 한국 기업의 저력을 감안하면 차세대 산업분야 석권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한국 기업들이 전자ㆍ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에서 글로벌 선두권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한국 대표기업들은 이미 축적한 기술력을 토대로 앞다퉈 태양전지ㆍ헬스케어ㆍ그린카와 같은 신산업분야로 돌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장기 마스터플랜 수립을 마쳤다. 이어 많게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자금을 마련해놓았다. 벌써 세계 선두권으로 부상한 기업도 있다. 2차 전지의 LG화학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에 참석했을 정도다. 이 회사는 GM, 포드, 볼보, 현대ㆍ기아차 등 7곳의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연구개발(R&D)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의 잠재력을 익히 알고 있는 외국 기업들이 사업협력 요청을 해오고 있다. 11~12일 개최된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각국 정상들과 해외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한국 기업들과 신사업분야 파트너십 체결을 요청하는 '러브콜'을 보냈다. 세계 최대 풍력발전용 터빈 생산업체인 베스타스윈드시스템의 디틀레우 엥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강력한 기업들이 풍력발전사업에 뛰어들 경우 시장 전체가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신사업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태양전지사업의 경우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앞서 진출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 업체들이 맹추격하면서 국내 기업은 아직 어느 한 곳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산업계가 차세대산업으로의 대전환, '그레이트 시프트'를 개시했다는 점이다. 10, 20년 뒤를 내다본 한국 산업구조의 혁신이 시간이 지날수록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신성장산업분야는 크게 태양전지, 그린카, 스마트그리드, 자동차용 전지, 수처리사업 등 '그린 비즈니스'와 의료기기ㆍ헬스케어 등 '웰빙 비즈니스'로 나뉜다. 국내 기업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23조원 투자를 결정한 삼성이다. 삼성은 5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사업에 오는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이와 관련, 삼성은 기존 제품의 성능과 정확도를 모두 갖추면서도 크기와 가격은 10분의1 수준으로 대폭 낮춘 혈액검사기를 개발했다. 또 초정밀 영상진단장비인 '이동식 엑스레이 디텍터'도 양산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R&D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그린카와 자원'이라는 양대축을 설정했다. 특히 '그린카 4대 강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2013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입해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LG그룹은 2020년까지 20조원을 녹색산업에 투자해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차세대 전지 등 그린 비즈니스가 전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태양전지와 차세대 조명은 LG전자, LED 소재와 2차 전지는 LG화학, 저전력 디스플레이 개발은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별로 역할 분담을 했다. SK그룹은 2015년까지 총력 7대 과제를 확정했다.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료연료전지 ▦첨단 그린도시 등이다. 특히 태양전지 개발에만 1조원을 투입한다. 포스코 역시 2018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와 풍력발전, 합성천연가스, 스마트 원자로 등에 총 7조원을 투자해 녹색성장 분야에서만 연매출 10조원을 올린다는 복안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계 각 기업들이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삼성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이 과거 반도체혁명과 같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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