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표시채권은 발행을 하는 중국 기업은 물론 투자를 하는 국내 투자자에게 모두 이득이 된다. 중국 기업은 중국 현지에서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국내 투자자는 국내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서로 간에 윈윈게임이 돼 앞으로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채권시장이 활성화하면 이를 토대로 다양한 위안화 기반 금융투자 상품이 나올 수 있고 이는 위안화 역외 허브로 가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을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한 물밑경쟁에 벌써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으로 한국이 위안화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RQFII) 자격을 얻으면서 사업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RQFII란 중국 증권시장에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격으로 한국은 800억위안(13조원 상당) 규모가 부여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자격만 있었기 때문에 달러 등의 화폐를 중국에 가져가 다시 위안화로 바꾼 후 투자를 해야 했다.
여기에 7월 중국이 교통은행 서울지점을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해 위안화와 원화의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도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직거래를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위안화표시채권 발행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 때문이다. 중국의 발행사 입장에서 보면 국내 채권금리가 유리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국내 회사채 금리는 8%대지만 국내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채권은 대만·싱가포르·홍콩에서 발행되는 금리(4%대)와 비슷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금리가 중국기업에 우호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 규모가 큰 만큼 위안화 자금 수요는 계속 늘고 이는 위안화 역외 허브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의 올해 6월 말 현재 누계 교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38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한중 교역 규모는 2,7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3,000억달러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국내로 위안화가 계속 흘러들어온다는 의미"라며 "국내 자본시장이 위안화 역외 허브가 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1호 위안화표시채권이 발행되는 것을 계기로 다양한 위안화 투자상품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안화표시채권이 발행되면 발행금리가 나오는데 이 금리가 다른 자산 평가의 벤치마크로 사용될 것"이라며 "위안화표시채권이 나오는 것은 위안화 역외 허브로 가는 중요한 주춧돌"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진출한 중국계 은행에 예치돼 있는 16조원 상당의 위안화 예금도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유동 자금이다. 위안화 예금금리는 3%대로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1%가량 더 높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유휴 자본을 위안화로 환전해 넣어둔 것으로 위안화 투자상품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 입자에서는 고금리 위안화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중국기업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는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절대금리가 한국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보다 높은 중국 기업들의 위안화 채권이 국내 시장에서 거래된다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의 회사채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안화 채권이 마냥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다. 금리가 높은 만큼 회사 신용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 해도 환율 리스크가 투자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연구원은 "중국공상은행(ICBC), 시노팩(SINOPEC·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 같은 중국 국책은행이나 중국 정부가 소유한 큰 기업들이 국내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정보가 부족하고 신용도를 확신할 수 없어 오히려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