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중심 이동을 하면서 배당주가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 기조를 이어가면서 채권이 단기투자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잃은 데다, 올들어 미 기업들이 배당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투자자들의 배당 수입이 고정 금리 채권의 수익률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 기업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배당세 감면 정책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배당 규모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S&P 500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25% 가량이 배당금 지급을 시작하거나 지급 규모를 늘린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의 배당금이 3개월짜리 미 국채 수익률보다 높은 상태고, 이 가운데 10% 정도는 지표 채권인 10년 만기물의 수익률과 맞먹는 수준이다. 배당금만으로도 채권 투자로 받을 수 있는 돈을 챙기면서 주가 상승 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존 핸콕 펀드의 투자 책임자인 윌 브라만은 “배당세가 15%로 낮아지면서 S&P 500지수 편입 대형 기업이 지급하는 배당금은 5년짜리 미 국채의 세후 투자 수익률과 같아졌다”며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주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프란코이스 트라한 역시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주식 투자 비중이 채권을 대체할 만한 시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투자자들은 특히 기업들의 배당에 높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배당 규모 확대는 통상 그만큼 기업들의 체력이 튼튼해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란 점 역시 최근 배당주의 인기 배경이 되고 있다. 브라만은 “배당금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그 만큼 회사 경영진이 경기 회복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당장 손에 들어오는 추가 수익 뿐 아니라 기업들의 순익 증가라는 펀더멘탈 측면이 배당주의 인기를 가능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당주의 인기를 반영, 배당 규모가 늘어난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달 배당금을 3%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맨더레이 리조트는 이미 11% 이상 주가가 올랐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역시 배당금을 25%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최근 주가가 25% 상승했다. 지난 주 100억 달러 대규모 배당 루머가 퍼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이를 계기로 주가가 3.7%나 급등해 배당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