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예산운용 비상

한은 年200억 출연금 삭감ㆍ폐지 추진
금융권 감독분담금 대폭상향 가능성에
은행채 발행 수수료 신설등 대안 모색

금융감독원의 예산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금감원에 제공하던 연간 200억원의 출연금을 앞으로는 제공하지 않거나 출연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 출연금을 제공한 배경은 지난 98년 금융기관 구조조정 때 수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금융구조조정도 끝났고 금융기관의 수지 상황도 호전된 만큼 중앙은행이 굳이 출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한은에 출연금을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청한 것과는 배치되는 대응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분담해야 할 감독분담금이 오히려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올해 예산 2,230억원에서 내년에 2,300억원으로 소폭 올릴 예정이지만 전체 예산의 10% 가까이 차지하던 출연금이 사라지면 감독분담금이 현행 70%에서 80%대로 대폭 높아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산의 70%에 가까운 1,500억원을 은행ㆍ보험ㆍ증권사 등이 분담하고 있다”면서 “은행의 은행채 발행수수료를 내도록 하는 등 출연금 삭감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을 제외한 다른 금융기관들은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감독분담금이 너무 많다는 불만도 커 금감원의 분담금 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내년 초에 분담금 조정안을 확정하기 위해 은행연합회ㆍ손해보험협회 등 각 금융협회들과 세미나 등을 통해 절충을 시도하고 있으나 금융업계가 모두 분담금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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