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조사 결과 서울시내 동네서점이 54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3년 전 1,500여 곳에서 3분의 1로 줄어든 수준이라니, 이렇게 한 해에 500곳씩 문을 닫으면 곧 동네서점은 자취를 찾을 수도 없게 될까 걱정이다.
이처럼 문 닫는 서점이 늘어나고 읽는 문화가 퇴조하는 반면, 영화와 공연 같은 보는 문화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화의 편식현상은 장차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먼저 사람들, 특히 책읽기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사고력이 퇴조될 것이다. 문자문화가 영상매체에 밀리면 사고력과 집중력, 올바른 판단력이 떨어질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불행 중 다행인지 아직도 동네서점 두 군데가 가냘프나마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알고 보니 그 내막은 수많은 학원이 밀집해 있어서 학습참고서 판매 위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서를 비롯한 인문 사회과학 서적이 많이 팔려야 나라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지론인데, 참으로 현실은 딱하기만 하다. 또한 최근 한 대학교수가 신입생 가운데서 `북방(北方)`을 읽지 못 하는 학생이 많다는 등 대학생들의 수학(修學) 능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내용의 인문교육의 문제점과 실상을 밝혀 적지 않게 놀랐다. 학생들은 휴대전화기가 구형이면 속상해 하지만, `북방`이란 한문을 못 읽는 것은 속상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 대부분이 갈수록 향락추구적인 반면, 책읽기는 싫어하고, 예의범절도 엉망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대학에 힘들게 입학한 학생이 `북방` 같은 쉬운 한문도 읽지 못 한다니, 부모와 학교는 무엇을 가르쳤으며, 교육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문화와 교육정책 당국에 촉구한다. 민족문화 창달과 인간교육이란 본연의 소임을 더는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라. 이런 어처구니없는 반문화적이며, 반교육적이며, 망국적인 상태를 계속 방치하지 말고, 시급히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책은 안 팔리는데 극장만 대박을 터뜨리는 현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황원갑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