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사장단에 이어 어제 임원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경영진 구도가 크게 달라졌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경영권 승계 가속화와 경영진 전반에 걸친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부사장 승진과 함께 인사에서 대형 투자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최고경영진도 50대 초ㆍ중반이 대거 사장단에 진입해 오랜만에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임원진도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 및 발탁인사로 한층 젊어졌다.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뒷받침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전통의 강자가 무너지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가 하면 후발주자들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초일류 기업의 위상을 굳히려면 끊임없는 쇄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를 통해 그동안 부품과 완제품 부문의 투톱 체제이던 최고경영진을 원톱 체제로 통합한 것은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단에 젊은 인물을 포진시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신속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삼성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와중에도 눈부신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그리 만만치 않다.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일본 전자업체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타도 삼성'의 의지를 불태우는 등 경쟁업체들의 견제와 도전도 거세다. 삼성이 초일류의 위치를 다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형국이다.
이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한발 더 나아감으로써 그의 행보는 더욱 주목 받게 될 것이다. 경영권 승계에 여전히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는 것이 이 부사장과 삼성 새 경영진에 주어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