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스트레스에 속탄다] "착한기업 아니면 레드카드" 정치권 몰아붙이기 심하다

재계 "경제민주화 폐해 알리기 노력 허사되나" 착잡

강창희 국회의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

"6월 국회에서 정치권이 얼마나 착한 기업이 되라고 몰아붙일지 걱정입니다."

모 대기업의 고위임원이 최근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최고경영진에 보고한 내용이다. 콘퍼런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착한 기업을 주제로 열렸는데 국회의장부터 여야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참석한 다른 임원은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콘퍼런스에서 행한 발언이 요즘 재계 정보보고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며 "키포인트는 현재 기업들은 나쁜 기업이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콘퍼런스에서 국회의장, 여야 대표들은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에 기업이 적극 앞장서야 한다는 일반론도 이야기했지만 기업이 놀랄 만한 발언도 내놓았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수십 년 전 경제학자나 경제정책가들이 기업에 공공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최근에는 기업의 공공책임이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는 경영인은 곧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축구 심판을 예로 들면 "휘슬을 불어야 할 때 안 불면 명심판이 될 수 없다"며 "불량선수(불량기업)에게는 단호히 레드 카드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도 예외는 아니었다. 황 대표는 "착한 기업은 소중한 보배"라며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ㆍ주주ㆍ종업원을 바라보는 안경을 바꿔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원론적 이야기인 것 같지만 기업들은 여당조차 기업을 나쁜 행위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세워 탈세하는 기업이 있다면 나쁜 기업"이라며 "이는 동시에 국민을 속상하게 하는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갑이 아니라 을을 위한 정당, 즉 착한 회사, 착한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갑을 향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기업에는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다른 재계 임원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장, 여야 대표의 발언들은 기업은 나쁘고 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법안의 폐해들에 대해 재계가 그간 노력했던 것들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