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IMF 한파”

◎이달들어 거래 절반 줄고 값 20% 내려/외제차 헐값에도 수요 “뚝”/국산 대형차 2∼3백만원이나 하락계속된 경기침체와 유가인상에 급작스럽게 불어닥친 「IMF 한파」로 중고차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4일 장안평 중고차 시장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12월들어 중고차거래는 지난 11월에 비해 절반이하로 줄었으며 가격도 20%가량 떨어졌다. 또 벤츠 등 외제차의 경우 매물은 크게 늘고 있으나 수요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부도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차를 처분하려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BMW 등 외제고급차종에 대한 매도문의는 업소마다 하루에 10여건씩 들어오고 있으나 구입문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가격도 1주일새 3백만∼4백만원씩 하락했다. 96년식 벤츠200E는 지난달 4천3백만원이었으나 이날 현재 4천만원까지 떨어졌으며 96년식 BMW 520i는 4천4백만원에서 3천만원대로 떨어졌다. 외국승용차를 취급하는 매매업소의 관계자는 『자금사정이 급박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사장인 듯한 사람들이 시중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라도 좋으니 빨리만 팔아달라는 주문도 종종 들어온다』며 『매매업소의 자금사정이 최악이고 시세보다도 싼 가격이라도 수요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국산대형차의 가격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96년식을 기준으로 지난 10월과 비교하면 현대자동차의 뉴그랜저3000골드가 2천50만원에서 1천9백만원, 다이너스티3000이 2천7백만원에서 2천5백만원으로 떨어졌으며 기아의 포텐샤3000 V6가 1천6백만원에서 1천3백50만원으로 급락했다. 아반떼, 세피아중소형차도 30만원에서 50만원씩 내렸다. 서울시내 전체의 중고차거래 실적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시내 8개시장에서 지난 10월 1만2백4대가 거래됐으나 11월에는 8천7백77대로 14%가 줄어들었으며 이달에는 5천대수준을 넘기도 힘들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수도상사 이은기씨는 『이달들어 나흘동안 단 한대도 팔지 못했다』며 『이같은 일은 난생 처음』이라며 『이 상태가 몇달만 지속된다면 중고차매매업계 전체가 부도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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