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뒤덮인 중국경제] <중> 3대 덫에 걸리다

부동산 규제 섣불리 풀었다간 되레 거품만 커져 '진퇴양난'
소비자물가 5%대 여전히 목표치 웃돌아… 인플레 우려 탓에 성장률 떨어져도 통화정책 고수할 판
수출전선까지 삐걱… 정부 고정자산 투자 내년엔 더 심화 전망… 내수 위주 성장 모델로 전환은 더 요원해져


최근 중국 지도자들은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사회불안이 자칫 정치문제로 비화될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사회 각계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물가통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성장률이 어느 정도 떨어지더라도 기존 정책을 고수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다 중국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전선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일형 IMF 중국주재 수석대표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감소는 정부의 투자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고 이는 민간 부문을 위축시켜 내수 주도로의 성장모델 전환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중국의 실질소비 증가율이 평균 6%로 높은 수준이지만 고정자산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순수 민간소비는 오히려 위축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대륙에 휘몰아친 수출경기 급강하와 과도한 부동산 침체, 선진국의 재정위기가 가능한 정책수단을 제한함으로써 당국을 진퇴양난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에 담보 잡힌 경제=중국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서 4조위안의 재정 부양책 카드를 동원해 V자형 경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며 주택ㆍ도로ㆍ교량 등 건설 분야에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금은 부동산 버블을 초래했고 이는 주택대출 제한, 3주택 매입 금지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강도 규제책이 장기화하면서 철강ㆍ시멘트 등 전후방 산업 전체가 급격히 하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언론 진르자오바오는 최근 100만㎡의 건축물량이 줄어들면 30만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2만톤의 철강제품, 8만세트의 문과 창문 수요가 사라진다며 현재 부동산 경기의 급속한 냉각이 산업 전반의 경기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주태평양연구소의 왕샤오링 박사는 "부동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버블 붕괴시 중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부동산업 외의 다른 산업의 병행발전을 모색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기확대를 위해 당국이 섣불리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섰다가는 가까스로 잡힌 버블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데 중국당국의 고민이 배어 있다. 리커창 부총리가 27일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집값을 잡기 위해 기존의 규제책을 확고하게 지속해나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통화정책의 딜레마=정부의 통화긴축 조치로 6%대까지 치솟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 10월 5%대 초반으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정부 목표치인 4%를 훨씬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은 여전하다. 하지만 통화긴축에 따라 자금줄이 막힌 중소기업의 줄도산이 잇따르고 제도권 은행이 실물자금 중개의 제 구실을 못하면서 음성적인 사채시장이 독버섯처럼 번지며 기업 금융비용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등 실물경제를 더욱 교란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국이 섣불리 유연한 통화정책으로 전환한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과 함께 또다시 인플레이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베이징대표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상반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랑셴핑 홍콩중문대 객좌교수는 "총통화(M2)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무려 12조달러 규모로 미국보다 30%나 많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주도 성장의 한계=소비와 수출ㆍ투자 등 이른바 경제성장의 삼두마차 중 소비와 수출이 삐걱대면서 당국은 또다시 정부 주도의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하지만 시장 수급을 감안하지 않은 정부 주도의 과도한 고정자산투자는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부동산 버블 등 경제 후유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경제성장 요소 중 특정 부문만을 비대하게 팽창시켜 중국당국이 안정적 경제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내수 주도의 성장모델 전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투자는 결국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인민에 대한 소득재분배를 통한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39%에 머물던 고정자산투자의 성장 기여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정부 주도 재정투자가 이뤄지면서 2009년 91.3%까지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정부가 최근 급강하하는 조짐을 보이는 수출경기에 대응해 내년에 투자를 늘리면서 더욱 확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고정투자를 위해 투입된 지방정부 및 국영기업의 부채가 GDP의 80% 수준에 육박한다"며 "중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과잉투자로 오는 2013~2014년에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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