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누구도 만족못한 '건축비'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1%도 안 되는 가격을 내려서 무슨 인하효과가 있느냐.” 지난 24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새 ‘기본형 건축비’ 산정기준을 둘러싼 건설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리고 그 반응은 상반된 입장이긴 하지만 답은 모두 ‘불만족’이다. 정부의 기본형건축비 산정 개선안은 세부 항목을 조정하는 등 일반 소비자는 물론 건설업체 관계자들조차 전문가가 아니면 헷갈릴 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건축비가 새 기본형건축비를 적용하면 현행 기본형건축비보다 0.5~0.6% 낮아진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공공택지 밖의 민간택지 아파트는 20% 안팎의 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효과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용 85㎡ 이하’ ‘공공택지ㆍ민간택지’ 여부는 그동안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돼 왔다. 이 두가지 기준은 단순히 정부 정책자금인 ‘국민주택기금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물론 소형과 대형아파트를 구분하는 잣대였다. 이를 기준으로 각종 청약통장의 청약자격과 부동산거래 및 보유세율도 다르게 적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분은 오는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를 사업계획승인 대상인 모든 아파트로 확대적용하면 무의미해진다. 이는 최소한 아파트 분양가를 결정하는데는 고급 수요층과 서민층의 구분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기본형건축비가 ‘무엇을 위한 제도인가’라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중소형과 중대형아파트에 천편일률적인 건축비 기준을 정해서 생기는 득과 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한둘이 아닙니다. 애당초 짓지도 않은 건물의 건축비에 ‘기준’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요.” 고급 백화점과 할인매장의 진열상품이 다른 것은 저마다 서로 다른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서민주거안정’과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춘 ‘주택품질향상’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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