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까지 가세해 미국측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IMF문제는 16일 베를린에서 개막될 G20 회의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은 최근 『IMF의 기능과 위상 변화의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면서 IMF의 역할 제한과 대출구조 재편을 골자로한 구조 개혁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머스 장관은 미국이 IMF에 대해 중장기 차관을 줄이도록 촉구할 방침이며 『민간 분야의 자금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IMF는 중장기 금융기능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의 기능을 점차 축소하고 이를 장기개발 차관기구인 세계은행이 떠맡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IMF의 현재 역할을 제한하는 어떤 움직임에도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14일 『현 시점에서 IMF를 재편하는 방안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본의 공식입장이라고 전했다. 일본이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 재무관을 IMF 차기총재 후보로 내세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사자인 IMF도 미국측의 압력에 대해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캉드쉬 총재는 14일 IMF 회보와의 회견에서 IMF가 지금처럼 강력한 위상을 갖게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제금융계에선 미국이 월가의 대변자로 비판받고 있는 IMF를 포기하는 대신 세계은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유럽측이 최근 IMF에 대한 입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국제금융기구를 입맛대로 재편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IMF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일본측과 AMF 설립방안을 놓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데다 IMF 차기총재자리를 놓고 선진국간에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래저래 IMF의 앞길이 험난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은 현재 IMF의 지분 500억달러중 약 17%를 보유한 최대 출자국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