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교수의 생활 속 경제] 비용과 사회적 선택

단속은 '반짝효과'… 비용부담 커져
하늘 두쪽나도 뿌리뽑겠다는 '사회악' 왜 근절 안될까
美금주法도 밀주 유통시킨 폭력 조직만 배불려
'존재' 인정하고 '나쁜 시장' 양성화로 비용 줄여나가야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성매매 행위를 뿌리뽑겠다” “음주운전은 기필코 근절하겠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잡겠다.” 정부 당국자들이 사회악이라고 불리는 이런 것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물론 성매매나 음주운전 행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인간 세상에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달성해야 할 일이 있을까. 아니라면 이런 일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매매춘은 인류 역사와 줄기차게 함께 해왔다. 이를 근절하려는 수많은 시도와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근절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종암동 일대의 환락가를 정비하겠다고 나선 파출소장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했다. 성충동이 기본적인 인간성의 한 단면인 한 매매춘을 근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강력하게 단속하면 잠시 수그러지지만 단속이 느슨해지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강력하게 단속한다고 해서 인간 본성에서 연유하는 매매춘이 음성화할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일정한 장소에서 매매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양성화하는 것이 방법이다. 즉 바람직하지 못한 음성(암) 시장을 햇빛 아래 양성 시장으로 떠올려 매매춘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유ㆍ무형의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양성론 주장의 주요 근거다. 매매춘을 양성화하면 그 현상을 잘 파악할 수 있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지만 암시장으로 숨어들면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일정한 장소에 국한해 매매춘을 허용하면 청소년들의 접근도 더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지만 암시장에서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이제 매매춘을 양성화하자는 사람을 부도덕하다고 몰아붙이지 말라. 결코 부도덕해서가 아니라 나쁜 것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멀쩡하게 잘 나가던 사회를 이상한 명분으로 규제해 비용을 키운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금주법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1919년에 주류의 양조ㆍ판매ㆍ운반ㆍ수출입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주법을 제정했다. 알코올 중독이나 범죄를 줄이는 것이 법 제정의 명분이었으나 실제로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미국인들이 양조업으로 부를 쌓는 독일계 이민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금주법은 엉뚱하게도 알카포네 같은 조직폭력배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술 한잔 마시고 싶다는 선량한 시민들이 금주법 때문에 가게에서 술을 살 수 없으니 조직폭력배가 은밀하게 유통하는 술을 사 마시게 됨으로써 그들을 키운 것이다. 겉으로는 금주법을 준수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밀주를 사 마시는 사람들을 도덕적으로도 피폐하게 했다. 조직폭력배 간의 세력 다툼으로 끔찍한 사건들도 많이 일어났다. 결국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킨 채 금주법은 1933년에 폐지됐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적ㆍ물적 손실은 막대하다. 그렇다고 이를 근절하려고 나서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인가.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펼침과 동시에 이를 단속할 수 있는 경찰력과 탐지할 수 있는 장비 등을 보강해 집중 투입해야 한다. 투입이 많을수록 음주운전 건수는 줄어들지만 비용은 증가할 것이다. 더구나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적ㆍ물적 손실과 단속 비용 등을 합한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잔존하는 음주운전은 허용할 수밖에 없다. 즉 사회 전체가 지불하는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의 적정 음주운전 양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강력한 단속으로 이를 근절하겠다는 접근보다는 당일 음주하지 않고 차를 운전할 사람을 지정하는 방법 등의 음주운전 금지 캠페인, 그리고 대리운전 시장의 활성화 등을 통해 단속의 사각지대에 존재할 수 있는 음주운전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언급하면서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잡겠다고 천명한 적이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 하늘을 두 쪽 내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런 표현은 틀렸다.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정책으로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과도한 세금의 부작용 등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식의 표현에는 다분히 인간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理想)’을 향한 열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자원의 희소성이라는 제약하에서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모든 행동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개인들은 이상의 신기루를 좇지 않고 좀더 현실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당국자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 더 신중해질 것이다. 비록 좋지 않은 것이더라도 그것이 인간성에 기인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그 존재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사회 전체가 지불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좋은 시장(goods market)은 더욱 확대하는 반면 음성화한 좋지 않은 시장(bads market)은 양성화함으로써 이를 제거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그것이다. 용어설명 ◇음성(암)시장=법망을 피해 형성되는 시장으로 무기ㆍ마약ㆍ매매춘 등의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규제와 유통금지 등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 더욱 활성화된다. ◇금주법(禁酒法)=미국에서 알코올 중독이나 범죄를 줄이기 위해 주류의 양조ㆍ판매ㆍ운반ㆍ수출입을 금지한 법으로 지난 1919년에 제정돼 1933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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