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의 대명사'였던 노키아가 2008년 몰락하자 전세계 IT(정보기술)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단 한 번의 방심과 혁신의 실패로 노키아는 5년 만에 주가가 20분의 1 토막이 났다. 노키아를 직접 담당했던 핀란드의 한 컨설턴트는 "노키아가 몰락한 원인의 하나는 성공의 자만심, 또 다른 하나는 지속적인 혁신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미래학자로서 우리 시대의 미래를 집중 연구해 온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신간 '2030 대담한 미래'에서 노키아ㆍ소니ㆍ애플 등 거인의 몰락 이유를 낱낱이 분석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최 소장은 미국 휴스턴대 미래학부에서 수학한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한국에 돌아온 뒤 30여명의 연구원과 함께 한국과 아시아를 주제로 10년 이상 연구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ㆍ4분기 매출액이 57조5,000억원, 영업이익 9조5,000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성장을 주도하던 무선사업부(IM) 부문의 이익은 6조3,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5%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갤럭시 S4의 판매가 부진해지자 하반기에는 지역별 모델 수를 늘리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스템적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나타나는 '알렉산더 딜레마'에 빠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딜레마란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에서 연전연승했지만, 승리한 후 군대를 쉬게 해야 할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승기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새로운 전쟁을 계속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현상을 일컫는다.
저자는 "삼성전자의 핵심 역량은 부품 표준화와 제조 자동화를 중심으로 하는 제조 경쟁력인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핵심 역량에 집중하려면 시장점유율 증가 속도가 떨어지면서 주가 하락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쪽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 핵심 역량의 질적 저하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브랜드와 시장 지배력의 관성을 이용해 제품 종류를 늘림으로써 시장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상품과 전략을 완전히 부정하는 수준의 전환을 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노력은 결국 쇠퇴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마약 효과에 불과하며 이런 판단 착오가 바로 무수한 거인들의 몰락을 낳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는 "앞으로 노키아와 애플의 반격이 시작되고,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의 배신이 드러나며, 아마존이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중국 스마트폰이 가격이 아닌 '혁신'을 무기로 거센 추격을 해올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삼성의 장점들이 와해되면서 '멜트다운(meltdown)'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의 위기 혹은 정상에서의 몰락은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창사 이래 최고의 성과를 낸 삼성이 실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
저자는 삼성의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길게 잡아도 2020년 이후에는 절대로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그룹의 운명을 걸고 미래형 산업으로의 전환을 끝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우리 정부도 삼성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담당하던 노키아가 무너지자 핀란드 정부와 대학, 기업은 힘을 합쳐 노키아에 모여 있던 기술과 인재를 수백 개의 벤처로 되살려 냈다. '앵그리버드'의 신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저자는 노키아가 무너져도 핀란드 경제가 건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정부가 핀란드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ㆍ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한 저자는 "미래를 예언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고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우리 스스로의 용기 있는 변화를 촉구했다. 2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