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철도는 1899년 칙칙폭폭 낭만적 소리와 함께 노량진에서 제물포를 연결하는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00여년 동안 6.25전시에는 군 수송의 중추로 산업발전기에는 지방의 잠재 산업역군을 대도시로 보급하고 생산된 수출물건을 수송하는 대동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60년대 경부고속도로의 출범과 함께 도로 및 자동차 보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중추 교통수단으로서 철도는 침체되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우리 사회 교통의 균형 상실을 초래하여 그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의 교통수단에 대한 편향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통의 기본 조건은 이용의 신속성, 편리성, 안전성 그리고 쾌적성이다. 자동차는 우리에게 편리함과 경제성 등 많은 편익을 제공하지만 교통시설이나 사회 공간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의 한계를 뛰어 넘으면 본래의 순기능을 유지할 수 없다.
아침마다 대도시에서는 출근 전쟁, 여름 휴가 및 명절 때 전국이 일대 교통전쟁을 치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통혼잡비용은 연간 15조원에 이르며, 대기오염의 사회적 비용은 6조원 그리고 교통사고로 인한 연간 사회적 비용이 11조원에 이르는 등 그 해악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모든 이가 공감하고 있는 바 일터다.
이런 사정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진정한 교통 기능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왜곡된 교통체계는 우리사회가 교통에 대한 집단적 균형감각을 상실한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해결은 쉬어 보이지 않지만 철도 중심의 교통시스템 전환이 해결책이 될 수 있고 성공적인 시스템 전환을 위하여는 우리사회의 자동차에 대한 편향된 의식을 바로잡아 철도 등 대중교통과의 균형된 인식을 회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와 교통현실이 유사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도로 공급을 통한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동차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통한 승용차억제정책을 주요한 정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사회 구성원의 지지가 없이는 그 실현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철도는 건설과 운영의 분리를 근본 골격으로 하는 구조적 틀을 마련하고 고속도로의 전국 하루생활권을 30년만에 반나절생활권으로 줄이는 과히 궤도혁명이라 할 수 있는 고속철도 개통을 통한 철도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인 철도에 대한 인식회복을 통한 이용증대가 교통기능체계 복원의 지름길이고 모든 교통수단이 순기능으로의 자리매김할 수 있는 출발점일 것이다.
다시 한번 100년전 철도를 "화륜거의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차의 굴뚝연기는 하늘 높이 솟아 오르더라. 차창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라고 묘사한 독립신문의 기사를 음미해 본다.
<김세호(철도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