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조수미(44)가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오페라하우스 독창회를 시작으로 자신의 무대 데뷔 20년을 자축하는 무대 나들이에 나선다. 6월엔 북미 순회공연이 예정돼 있고 9월에는 2일 워커힐 호텔 제이드 가든과 27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8월 30일에는 호암아트홀에서 처음으로 마스터 클래스를 무료로 열 계획이다. 1983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공부하고 3년 뒤인 1986년 10월 이탈리아 트리스테 베르디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데뷔했으니까 올해로 꼭 20년이다. 어느 사이에 그녀 이름 앞에는 ‘이 시대 최고의 성악가’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디바 스스로 자신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는 느낌을 어떤 것일까. “이런 기분을 만감이라고 하나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면 너무나 많은 종류의 감정이 교차하기 때문에 어렵겠지만 제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0년 세월 가운데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베를린필의 지휘자였던 카라얀. “아주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분을 처음 만나 오디션을 받았을 때의 설레임과 떨림은 아직도 생생해요.” 카라얀은 그녀를 두고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조수미를 세기의 성악가로 만든 것은 천부적인 재능덕택 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피나는 노력과 최고의 성악가를 향한 갈망이었다.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을 다니던 때 핀란드 헬싱키 콩쿠르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노래를 잘 불러서 일등을 할 거라 확신했는데 핀란드 출신의 소프라노가 1등상을 받았지요. 다음날 언론에서는 제가 일등을 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그 사건 이후 거의 한 달 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요. 그 때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성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죠.” 그녀가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작품은 베르디의 리골레토. 20년 무대 인생을 기념하는 작품도 베르디 곡이 될 듯하다. “최근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중에서 ‘이상해 이상해 그이였던가(E strano e strano...Ah! fors' è lui)’를 자주 부르고 있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라 트라비아타가 다음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해요. 벌써 여기 저기서 라 트라비아타 출연 교섭이 들어오고 있는데 아직은 자제하고 있는 상태예요.” 20년 세월의 무게 앞에선 조수미도 조금은 나이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 가운데 ‘밤의 여왕’이 부르는 아리아가 지금까지 제 트레이드 마크 같은 역할을 했는데 앞으로는 젊은 여주인공인 파미나역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해요. 잘 될까요.” 이번 성남아트센터 연주회는 자신의 20년 성악가 인생을 결산하는 첫 무대인 만큼 그녀는 레퍼토리 선정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가족의 달이기도 한 5월에 무거운 클래식 보다는 좀 즐기면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듣기 편한 곡들로 선곡했어요. 프로그램은 오래 전에 정했는데 지난 3월말 아버지가 돌아가셨지요. 그래서 이번 성남 무대에서는 푸치니의 오페라 쟈니 스키키 가운데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를 앙코르 곡으로 선정했습니다. 그 제목 그대로 저의 아버님을 기리는 노래니까요.” 이번 독창회는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영화 주제가 등 다양한 노래들로 프로그램이 꾸며질 예정이다.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아리아들과 가곡 ‘선구자’, ‘강 건너 봄이 오듯’, 영화 ‘시네마천국’, ‘접속’ ‘미술관 옆 동물원’, ‘뮬란’ 주제가 등을 들려준다. 박상현이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이 함께 하며, 바리톤 서정학도 게스트로 출연해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