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의 전제조건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정세균 정책위의 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7대 국회가 열리는대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막고있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기 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야당과 노동계 및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법개정 이 무산됐던 것인데 이제 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 의장은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증시의 외국인 영향력 확대와 기관투자가의 역할미흡을 들었다. 이는 연기금의 주식투 자가 증시대책 차원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준다. 지금 증시는 외형상 종합주가지수 900선을 넘나들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시장이 외국인들의 독무대가 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시장이탈 현상 가속화, 시장구조 왜곡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개인들은 지난해 5조8,000억여원의 순매도를 기록한데 이어 올 들어서도 3조2,000억원이 넘는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주식을 파는데 열 심이다. 증시 수요기반이 전적으로 외국인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가뜩이나 취약한 시장구조가 더 취약해졌다. 외국인이 사면 확 오르고 팔면 급락하는 등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천수답 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기관투자가들이 증시 안전판으로 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기관투자가인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늘어나면 증시수요 기반이 보강돼 시장의 체질이 강화되고 안정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대책으로서의 연기금 투자확대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것이증시활성화 대책 차원에서 추진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연기금 은 국민들의 노후생활 최후의 보루이다. 따라서 운용의 최우선 목적은 연기금의 재원확충을 위한 이익 창출이어야 한다. 손해가 날 경우 국민들의노후생활이 위협 받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정부는 그 동안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 활성화 대책을 내놓곤 했다. 이때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어김없이 포함됐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국민들에게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연기금 의 이익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증시를 떠받치는 수단으로 인식돼온 것이 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증시활성화 대책 쪽에 비중을 실어 추진한다면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따라서 주식투자의 대전제는 연기금의 재원 확충이고 증시안정은 부수적 효과라고 개념정립부터 명확히 할 것을 정부ㆍ여당에 주문하고 싶다.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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