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 車 번호판 하나에 수천만 弗

과시욕 대상으로 사재기 극성

고유가로 달러가 넘쳐 나고 있는 중동 국가에서 자동차 번호판 수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눈에 띄고 희소 가치가 있는 자동차 번호판은 수천만 달러까지 호가하며 차 값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 WSJ는 유가 급등에 따라 고급 자동차 등이 평범한 소유물이 되면서 차 번호판 사재기가 새로운 과시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랍에미리트연방(UAE) 수도인 아부다비 시에서는 매월 100여 개의 번호판 숫자가 경매되는데 유가가 폭등한 지난해부터 번호판 경매가가 덩달아 뛰었다. 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10번의 경매를 통해 900개의 번호판이 팔려나가며 약 1억2000만 달러의 돈이 모였다. 아부다비 시에서 번호판 경매를 주관하는 압둘라 알-마네이 씨는 “모든 사람들이 고급 시계와 고급 자동차를 갖고 있다. 이제 페라리로는 충분치 않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로 25세인 아부다비시의 사업가 사이드 쿠우리는 1번 번호판을 확보하기 위해 1,400만 달러를 지불,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 그의 사촌인 탈릴 쿠우리도 5번 번호판을 갖기 위해 900만 달러를 사용했다. 최근 진행된 경매에서도 9번 번호판이 420만 달러에 낙찰됐다. 신문은 UAE는 중국처럼 특정 숫자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하지 않지만 대체로 숫자가 낮은 번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소유한 차종 시리즈와 같은 숫자 번호판도 수집 대상이다. 탈랄 코우리는 ‘5’번 외에도 ‘55’번과 ‘55555’번 번호판을 갖고 있는데 자신의 페라리 F430 스포츠카를 위해 ‘430’번 번호판도 구매했다. 이 자동차 판매가는 대략 18만 달러 정도이지만 번호판 가격에 12만 달러가 소용됐다. 아부다비에서 번호판 경매가 인기를 얻으면서 두바이도 지난해 경매를 시작했다. 바레인 역시 올 여름부터 번호판 경매에 나설 예정이며 이집트 역시 아부다비와 경매 도입을 협상 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