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의 승부수…中서 프리미엄 플라스틱에 올인

SK케미칼 '스카이그린', 美 아스트만과 불꽃경쟁
상하이 사무소 확대… 2016년엔 中 PPS 시장 진출도

정재준(왼쪽) SK케미칼 상하이사무소장이 현지 협력사인 잉숴 관계자와 PETG로 만든 화장품 용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SK케미칼

'위윙~' 소리와 함께 사출기에서 유리처럼 투명한 화장품 용기가 만들어져 나왔다. 중국 상하이 숭장(松江)구에 위치한 잉숴(英碩)사는 이렇게 만든 화장품 용기를 클리니크, 라메르, 에스티로더, 랑콤 등 십수 개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 납품하며 화둥(華東) 지방 토종 화장품 용기 제조사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장샤오팡(張小芳) 구매담당은 "이렇게 단단하면서도 투명한 고급 화장품 용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SK케미칼의 '스카이그린(PETG)'을 원료로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 상하이사무소는 중국에서 범용소재 시장을 버리고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하는 400여 개의 협력사와 손을 잡아왔다. 중국은 전 세계 유수의 기업이 생산기지를 둔 친환경·프리미엄 플라스틱 소재의 '격전지'인 탓이다.

정재준 SK케미칼 상하이사무소장은 "아직도 한국에선 중국을 낮춰 보는 습관이 남아있지만 이제 그런 중국은 없어졌다"고 단언했다. 예를 들어 최고 수준의 업체들끼리 비교했을 때, 국내 화장품 용기 사출업체에선 한 번에 4개씩 용기를 만드는 기기를 쓰지만 중국 업체들은 16개씩 쏟아져 나오는 전자동 설비를 갖춘 격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식품 용기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 5만톤 중 3만톤이 중국산이다. SK케미칼이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SK케미칼은 내년 하반기 상하이 사무소를 상하이법인으로 확대하고 지난해 800억원 수준이었던 중국 매출을 오는 2020년까지 2,5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 소장은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중국에서 열리는 소재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며 "중국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그들도 1, 2년 내로 폴리프로필렌(PP), 아크릴 화장품 용기 대신 PETG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수 년 내로 폴리염화비닐(PVC) 사용 규제가 도입되면, 7억5,000만 달러(약 8,314억원) 규모의 시장을 PETG로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전 세계 PETG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업체 '이스트만'과의 경쟁이다. 세계 최초로 PETG를 상용화한 이스트만은 자사 PETG 소재를 사용하는 금형에부터 자사 PETG 브랜드명(트리스탄)을 새겨넣어 한 번 손을 잡은 협력사들이 자사 제품을 계속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두 번째로 PETG 상용화에 성공한 SK케미칼이 이스트만이 독점했던 중국 신분증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등 조금씩 경쟁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생산량이나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PETG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아직 전 세계에서 이 두 곳뿐이다.

SK케미칼은 스카이그린 이외에도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에코젠' 등을 중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중국의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PPS)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 PETG = 내화학성·가공성이 뛰어나고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아 아크릴·폴리프로필렌(PP)와 같은 범용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플라스틱 소재다. 고급 플라스틱 제품과 식품 용기, 유아용품 등에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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