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제로섬 게임'이라는 이론이 있다. '경제 거래에서 누군가 잃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이득을 보게 돼 있다'는 논리다.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고용주와 피고용인이든, 국제교역이든, 자발적인 경제거래는 쌍방 모두가 이익을 얻지 않으면 거래는 지속되지 않게 상식이다. 제로섬게임 이론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국가들은 자신들의 착취를 염려해 해외 교육과 해외투자를 거부하는 정책을 펼쳐 결국 발전에서 뒤쳐지게 됐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이나 라틴 아메리카의 종속이론 등이 제로섬 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경제학 이론은 현실에서는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게 진실이면 전체에게도 진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구성의 오류'나 자원에는 한계치가 없다는 '무제한의 오류' 등 수많은 경제학의 논리들은 정재계 혹은 특정단체 등 이해관계가 깊은 집단에 유리하도록 편향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명분으로 옛 주택가를 없애고 고급 주택가와 쇼핑몰을 짓는 재개발은 일부 부자들에게 득이 되지만 이곳에서 쫓겨난 저소득층 수백만 명의 삶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토마스 소웰 스탠퍼더 대학 후버연구소 상임연구원인 저자는 경제학의 '그릇된 믿음'이 현실 사회를 잘못 이끈 사례를 분석한다. 저자는 객관적 자료라고 알려진 수많은 통계 수치가 연구자들의 교묘한 조작에 의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객관적 데이터가 경제학의 잘못된 오류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한다. 또 그는 명백한 증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생명력을 이어가는 그릇된 믿음은 잘못된 믿음을 양산해내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탄생한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 과오는 전 사회 구성원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동안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눈을 가렸던 이론의 눈속임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풀어준다. 나와 내 가족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 이제는 경제학자나 정치가들이 내세우는 자료와 정책 방향에 대한 치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한 때라고 저자는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