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대형화 통한 글로벌경쟁력 강화 겨냥

공과금 납부 가능… 보험상품 개발 자율권 보장
신용·날씨 파생상품 한해서 겸영업무도 허용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없인 지주사 전환 힘들듯


재정경제부가 27일 ‘보험제도 개편방향’을 내놓은 것은 한마디로 한국판 AIGㆍING의 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보험사의 대형화ㆍ종합화를 위해 보험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투자자문ㆍ일임업 허용, 지급결제기능 허용 검토 등 그동안 증권ㆍ은행에만 허용되던 일부 업무도 다룰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험사가 새로운 상품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근’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보험 지주회사로 전환해도 큰 혜택이 없고 그나마 덩치가 큰 삼성은 보험지주회사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험업계의 대형화가 정부의 의도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4단계가 예정대로 시행되는 데 대해 벌써부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한국판 AIGㆍING’ 탄생할까=재경부는 은행을 소유하지 않는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해 소유규제를 완화하기로 하고 외국 금융지주회사의 실태와 해외 입법사례 등을 참조해 내년 중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보험ㆍ은행 등 비은행 지주회사의 자회사ㆍ손자회사의 업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은 비은행지주회사에 대해서는 자회사ㆍ손자회사의 업종제한이 없다. 또 AIG그룹 등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ㆍ자산운용ㆍ금융서비스 등의 자회사를 둬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판매전문회사와 리스크관리 자회사 등 부수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이러한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우리 보험시장은 세계 7위, 일본에 이어 아시아 2위 수준으로 선진국에 근접해 있지만 각종 규제로 대형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국내 1위인 삼성생명의 세계순위는 27위에 불과한 실정이다. ◇삼성은 보험지주회사 전환 어렵다=다만 재경부는 보험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하더라도 이해상충 문제 등의 해소를 위해 비은행지주회사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상호ㆍ순환출자 해소, 내부거래 통제 등을 전제조건으로 못박았다. 특히 국내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하나의 지주회사로 묶여 대형화ㆍ종합화하려면 먼저 거미줄처럼 얽힌 삼성그룹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주회사 설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리츠ㆍ미래에셋 등 일부 보험사는 지주회사 전환이 더 쉬워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요건을 맞추면 삼성뿐 아니라 교보생명과 대한생명ㆍ흥국생명ㆍLIG생명 등도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며 “이번 기회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경쟁력을 성장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에 증권ㆍ은행업무 일부 허용=재경부는 투자자문ㆍ일임업을 겸영 업무로 허용해 보험사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을 펀드에 가입하려면 증권사에 가야 했지만 앞으로 보험사에서 바로 투자 컨설팅을 받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자본시장통합법상의 방화벽(fire wall)을 갖추고 등록 후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또 앞으로 지급결제망의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보험사에도 지급결제업무 허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보험사도 공과금 납부나 보험료 지급, 보험금 수령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은행 등 금융기관간 경쟁을 통해 지급결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보험사의 부수적 업무 허용 기준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사는 비용 절감이나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가 쉬워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보험사가 보험상품을 개발할 때 자율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상품 개발 절차를 자율상품(75~85%)과 신고상품(15~25%) 체계로 이원화해 기존 상품의 설계를 조금만 바꾼 자율상품의 경우 내부검증 시스템만 거친 뒤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신고상품은 요율확인 기관으로 보험개발원 외에 독립계리사를 추가해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아울러 상품개발 절차의 간소화에 대응해 내부통제 제도를 신설하고 감독당국의 사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 소비자 보호 약화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보험상품에서 제외되는 장외파생상품 가운데 보험상품과 직접 관련이 있는 상품에 한해 보험사 겸영업무가 허용된다. 다만 신용파생(신용보험)과 날씨파생(날씨보험) 등 보험사가 취급할 수 있는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이 최소한으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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