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저도 서양음악을 좋아하지만 요즘 우리나라에서 연주되는 음악의 90% 이상이 서양음악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베토벤이나 바흐도 좋지만 서양음악에 대한 한국 엘리트층의 열등감을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73ㆍ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13일 오전 국립극장에서 국악으로 구성된 '정오의 음악회' 첫번째 콘서트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국악을 외면하는 사회 풍조를 이렇게 비판했다. 황 감독은 "클래식은 18~19세기 서양의 귀족음악으로 격조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양음악은 지나치게 점잔을 떨기 때문에 현대적 소리를 들려주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국악은 점잔을 떨지 않기 때문에 뭐든 받아들여서 현대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악은 대중음악ㆍ서양음악을 가리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브런치공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국악을 대중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예술의 전당 등과 같은 대형 공연장에서 클래식을 위주로 브런치공연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국악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감독은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브런치공연을 시작했는데 첫 공연이 만족스럽다"며 "한국 사람은 누구나 국악을 좋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자주 듣고 접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없어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음악회는 새로 취임한 임연철 국립극장장이 낸 아이디어인데 사람들이 국악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5월부터 매달 1회 해오름극장에서 전통 국악관현악곡부터 영화와 드라마OST, 대중가요. 퓨전국악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저렴한 가격(1만원)에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