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사상 유례없는 호조를 보이면서 사실상 우리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수익면에서는 실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수출채산성 제고방안과 함께 부실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성과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이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재무구조 면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내수기업들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수출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4.93으로 전체산업 평균을 약간 웃돌았으나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수출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80에 불과해 내수기업의 4.60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전자에 의한 착시현상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수출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업체수도 28.1%에 달해 내수기업의 17.5%보다 훨씬 높아 수출기업 4개 중 1개 이상이 수익으로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수익성이 형편없는 실정이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등 사업성과는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는 원인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외형상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실속이 없기 때문에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수출기업이 당면한 과제는 수출채산성을 높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수출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은 기본적으로 수출채산성이 나쁘기 때문이다. 기술부족 등으로 수출품의 품질경쟁력은 낮은데 반해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지다 보니 수출이 늘어도 남는 것이 없다. 문제는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수출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기술력 제고를 통해 수출품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내실 있는 수출로의 전환이 급선무다.
수출과 내수를 막론하고 여전히 수익성이 취약한 부실기업이 적지않다는 점을 감안 할 때 기업구조조정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장래성과 사업성ㆍ수익성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부실기업을 퇴출시켜 장래성 없는 부실기업에 의해 물적ㆍ인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경제 전반의 효율성과 경쟁력이 강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