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떨어진 집값 때문에 급기야…
침체기 부동산 '시장의 법칙' 줄줄이 깨져중소형> 중대형 가격 역전 속출일반분양, 조합원 분양가보다 싸올 강남권 아파트 하락률 비강남지역 4배에 육박단기간 집값 급락으로 감정가, 시세보다 높기도
박성호 기자 junpark@sed.co.kr
강모(36)씨 부부는 서울 미아동의 공급면적 104㎡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자 연초에 그동안 모은 적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2억5,000만원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애초 가진 돈에 맞춰 80㎡ 안팎의 집을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차라리 104㎡형과 84㎡형의 가격 차가 5,000만~6,000만원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며 대출을 조금 받아 104㎡형을 사기를 권했다. 실제로 K아파트 84㎡형의 3.3㎡당 가격은 1,000만원 정도였지만 104㎡형은 900만원 정도로 오히려 낮았다.
미아동의 M공인 관계자는 "104㎡형도 가격이 올랐지만 84㎡형의 상승폭이 커 가격이 역전된 것"이라며 "인근의 다른 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예전에는 시장에서 '불변의 법칙'으로까지 여겨졌던 현상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중소형보다 낮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으며 건설업체들의 할인분양으로 일반분양가가 조합원분양가보다 더 낮은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락하면서 경매 아파트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곳곳에서 가격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주택 수요자들도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해 꼼꼼한 전략을 세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강대약…중대형보다 비싼 중소형=15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형 아파트의 3.3㎡당 가격이 중대형보다 높은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5월 서울 이문동의 S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3억3,45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868만원선이다. 반면 같은 달 이 아파트 114㎡는 3.3㎡당 1,616만원인 5억6,000만원에 팔렸다. 면적당 거래가격을 비교하면 중소형이 중대형을 추월한 것이다.
원래 이 아파트도 다른 아파트와 같이 중대형 가격이 더 높았다. 2006년 4월 59.79㎡형의 가격은 2억3,500만원으로 3.3㎡당 1,299만원선이었지만 114.5㎡형은 4억5,900만원으로 3.3㎡당 1,325만원이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두 달 새 중대형은 2,000만~3,000만원 떨어졌지만 중소형 아파트는 보합세를 유지한 결과"라며 "앞으로 가격 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조합원보다 싼 일반분양가…곳곳서 공식 깨져=경매시장에서도 가격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9월 경매 입찰 예정인 서울 장지동 S아파트 84㎡는 최초 감정가가 6억3,000만원이지만 시세는 5억6,500만~5억9,000만원으로 감정가보다 4,000만원 이상 싸다. 잠원동 D아파트 148㎡ 역시 시세는 12억9,000만~14억6,500만원이지만 감정가는 16억원으로 1억원이나 높다. 입찰자들로서는 감정가가 시세보다 10~20% 낮게 책정된다는 기존의 관행만 믿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락하다 보니 오히려 감정가액이 시세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할인판매가 늘면서 재개발아파트의 일반분양가격이 조합원분양가격보다 낮아진 경우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아파트의 일반분양가격은 조합원분양가격보다 10% 정도 비싸게 책정된다. 서울 은평구의 H아파트는 조합원분양가가 3.3㎡당 1,200만~1,400만원, 일반분양가는 3.3㎡당 1,300만~1,500만원에 책정됐지만 최근 조합 측이 일반분양물량을 10% 정도 할인판매하면서 일부 주택형에서는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이 강북보다 더 떨어졌네=환금성이 뛰어나 가격의 하방경직성이 높다고 여겨져왔던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는 거래 침체 상황에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초 대비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강남4구 재건축아파트의 가격 하락률은 12.17%로 지역 내 일반아파트 하락률 6.28%의 두 배에 가깝다.
비강남권 아파트 가격 하락률(3.68%)과 비교하면 상대적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등 거시경제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거주 목적의 일반아파트보다 투자 목적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더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