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뉴스를 공개하겠다. 그것은 바로 아이패드 프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공개하기 전에 이렇게 외쳤다. 뒤이어 진행된 아이폰6 시리즈의 후속작 6S 시리즈 공개 때보다 더 상기된 표정이었다. 애플로서는 이 새 태블릿 제품 공개가 새 아이폰 발표보다 더 ‘큰 뉴스’로 여겨지고 있다. 화면 크기(대각선 길이)를 무려 12.9인치로 대폭 키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인 아이패드 에어의 화면 크기가 9.7인치, 아이패드 미니는 7.9인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험에 가까웠다.
일반 태블릿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아이패드 매출 성적도 갈수록 쪼그라들자 애플은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대화면 태블릿 개발에 들어갔다. 아이폰6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다 줬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애플이 정조준한 과녁은 바로 태블릿 제조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기업·공공기관·교육용 시장이었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의 주요 임원들이 애플 행사장에 나와 직접 자사 소프트웨어가 깔린 아이패드 프로를 시연한 것은 바로 그런 배경에서다. 애플이 앞서 IBM, 시스코 등 글로벌 주요 정보통신(IT) 기업들과 제휴를 맺은 것도 B2B(기업용) 태블릿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애플은 이날 아이패드 프로의 전용 부속품인 ‘스마트 키보드’와 스타일러스인 ‘애플 펜슬’도 함께 선보였다. 애플펜슬은 사용자의 누르는 힘은 물론 위치와 기울기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특수 센서가 탑재돼 눈길을 끈다. 갤럭시노트의 트레이드마크인 ‘S펜’과 유사한 도구다. 애플펜슬은 애플이 업무용 태블릿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주변 기기로 읽힌다. 일반 소비자들이 노트북 크기에 맞먹는 태블릿을 들고 다니며 일일이 메모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태블릿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이패드 프로와 같은 ‘대화면 태블릿’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아이패드 프로의 앞날은 밝은 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에 그쳤던 10인치 이상 태블릿 비중이 2019년 8%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A는 11인치가 넘는 태블릿 판매량도 2019년엔 1,930만 대 수준으로 지금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태블릿도 조만간 ‘대화면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태블릿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교육용 스마트 기기로 더 각광받는 추세”라면서 “아이패드 프로는 바로 그러한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